유경석기자 | 2015.07.27 08:45:14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공약 중 하나인 '지역통화 유통사업 추진'이 고립무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내에서 생산된 부(富)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내부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성공가능성이 낮고 130억 원 이상의 초기 사업비를 그대로 날릴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강원도의원들의 사업 포기를 촉구하는 파상공세와 언론의 피상적인 보도는 도청 내 담당 공무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최문순 도지사는 중단 없는 추진을 고수하고 있지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4월로 예정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의 도정 경제정책을 공격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 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이에 따라 강원화폐로 대표되는, 강원도가 추진 중인 지역통화 유통사업 추진의 배경과 방법, 문제점과 대안 등을 총 9회에 걸쳐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1. 강원화폐 탄생 배경
2. 강원화폐와 사회적경제과 신설
3. 강원화폐의 역할과 기대효과
4. 강원화폐 유통 시스템
5. 국내외 지역통화 구축사례
6. 강원화폐 발행 반대 목소리
7. 강원화폐 발행과 Fintech
8. 강원화폐 유통 성공조건
9. 강원화폐 추진 대안
강원화폐는 지역 내 자원들의 상호교환을 촉진하는 수단이다. 지역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자물쇠 역할이다. 이는 지역금융기관이 없는 탓으로, 그간 도내 지역금융기관을 담당했던 강원은행은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1999년 7월 조흥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강원은행의 퇴출은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재무정보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의 신호전달 능력이 미약해지면서 대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재 도는 시중은행이 지역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에 이어 신한은행과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으나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시중은행들이 강원도만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중앙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금융기관의 부재로 인한 가장 큰 폐해는 지역자금 역외유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시중은행들과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지역자금 역외유출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곳은 금융기관들로 2012년 기준 약 2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지역자금 역외유출은 도내 영업점들의 지역 외 영업수익율이 더 높기 때문으로, 이런 상황에서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출비율 등을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영업이익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도내 발주 공사의 60~70% 가량을 수주하는 외지 건설사들의 외부유출금액은 2011년 기준 2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도내 15개에 이르는 대형마트와 SSM 등 종합 소매점의 유출규모 역시 2012년 기준 약 48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현재처럼 지역 내 인적·물적 자원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기본틀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을 방법은 없어 이를 위한 임시방편들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도와 시중은행 간 지역은행 역할 강화 상호협력 협약과 강원화폐 유통이 추진되는 것도 그 중 일부다.
강원화폐의 통화 유형은 태환통화로서, 법정통화 환 본위제 방식이다. 이는 신규 발행되는 강원화폐 통화금액 만큼의 법정통화인 원화를 담보로 설정한 후 강원화폐를 유통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강원화폐는 사실상 법정통화인 원화와 똑같이 안전한 돈으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으로, 강원화폐의 신뢰도 문제를 없애기 위한 방식이다.
강원화폐의 유통을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은 화폐의 저장기능을 억제하고 교환매개의 수단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으로, 새로운 소득을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의 증가는 공급의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결국 강원화폐가 새로운 지출을 촉발하고 이를 통해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지역 내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와 공급의 흐름 속에서 실수요를 파악할 수 있게 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의 해소를 통한 완전소비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조사연구 자료를 보면 강원화폐 유통은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순환형 자립경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지역에서 생산된 가치의 상당 부분이 역외로 유출돼 자원 순환의 매개체인 원화가 심각하게 결핍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 안에서만 순환되는 돈이 공급될 경우 통화가 지닌 고유의 윤활작용을 통해 지역 실물경제가 살아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통화가 활성화돼 자금을 역외 유출하는 외부 기업에 대한 소비가 감소하게 되면 원재료를 역내에서 조달하는 지역 기업들의 매출이 오르고, 이는 지역 내에서 생산이 가능하지만 시장경제의 효율성에 밀려 사라지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는 지역 생산품에 대한 새로운 시장을 조성해 지역순환형 자립경제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는 지역 생산자들의 삶이 나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지역공동체 복원과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등 사회적 측면의 기대효과 역시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화폐는 시스템 참가자 간 상호교환을 촉진한다. 이는 사회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 내에는 시장에서 상품화되지 못한 수많은 자원들이 존재한다. 노인, 장애인 등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취약계층은 물론 가사노동자, 실업자 등 노동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과 수익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영리단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과 같은 인적자원들이 그것이다. 이 자원들 모두는 강원화폐의 거래대상이 될 수 있다.
강원화폐가 교환매개 수단으로서 화폐적 기능은 물론 지역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소통확대와 소속감 증진 등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하는 비화폐적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수많은 지역통화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정부의 생활보조를 받는 취약계층 가구의 지역승수효과(LM3) 지수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의 확대가 비생산적인 예산의 낭비가 아니라 지역 순환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동시에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제공되는 지원금 역시 불요불급한 지출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승수효과(LM3)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제주체들의 지역승수를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구로, 숫자 '3'은 지출흐름의 첫 3단계만을 측정한다는 뜻으로. 전체 지출금액 중 85%가 3단계 안에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0의 매출을 올려 이중 80을 지역 안에서 소비했고, 이 돈을 받은 이들이 다시 40을 지역에서 썼다면 LM3는 2.2(=220÷100)가 된다. 이 간단한 지표는 누가 진짜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도록 해 준다.
환경적 측면에서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생태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적 분업구조를 갖춘 글로벌 대기업들이 저개발국가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원거리 수송을 통해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강원화폐는 물품과 서비스의 이동을 지역이라는 공간 안에 한정하게 돼 불필요한 에너지 자원의 낭비를 막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공헌할 수 있다.
지역 내에서 소규모로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가 대형 유통업체나 도매상에게 농산물을 납품해 소득을 올리는 것은 현재의 유통구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강원화폐를 활용해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강원화폐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효용이 낮다면 투자는 불가능하다.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비용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강원화폐 발행액과 동일한 금액을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강원화폐 현재 초기 발행액 규모는 1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통화센터 법인화를 위한 설립비용으로 자본금 20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결제시스템 구축비 20~30억 원과 과 인건비 등 연간 10억 원 내외의 운영비 등을 모두 합하면 초기투자비는 180~210억 원에 이른다.
초기 발행액 100억 원 중 20%를 부분지급 준비금제도를 통해 남겨두고 나머지 80%인 80억 원을 재 유통시킨다고 하더라도 100~130억 원이 필요하다. 부분지급 준비금은 금융기관은 예금 등 금전채무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의무적으로 한국은행에 예치 또는 시재금으로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분석결과 인구 30만 명의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10%가 1000개의 가맹점에서 월 평균 1만 원의 강원화폐를 사용할 경우 비용편익은 1.22로 나타났다. 또 10만 명의 관광객이 1000개의 가맹점에서 1인 평균 2만 원의 강원화폐를 사용할 경우 비용편익은 1.13이 도출됐다. 이는 주민 한 명이 한 달에 8200원 정도의 강원화폐를 쓰거나 관광객 한 명이 방문 시 점 당 1만 7700원를 사용하면 투자한 자금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통화(비용편익 1.22)가 외지인을 대상으로 한 통화(비용편인 1.13)보다 비용 대비 편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지인은 지역 방문 기간에만 사용하는 반면 지역주민은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많은 까닭이다. 사회환경적인 요인까지 고려할 경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통화가 훨씬 효과적인 모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