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7.26 19:33:03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공약 중 하나인 '지역통화 유통사업 추진'이 고립무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내에서 생산된 부(富)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내부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성공가능성이 낮고 130억 원 이상의 초기 사업비를 그대로 날릴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강원도의원들의 사업 포기를 촉구하는 파상공세와 언론의 피상적인 보도는 도청 내 담당 공무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최문순 도지사는 중단 없는 추진을 고수하고 있지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4월로 예정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의 도정 경제정책을 공격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 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이에 따라 강원화폐로 대표되는, 강원도가 추진 중인 지역통화 유통사업 추진의 배경과 방법, 문제점과 대안 등을 총 9회에 걸쳐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1. 강원화폐 탄생 배경
2. 강원화폐와 사회적경제과 신설
3. 강원화폐의 역할과 기대효과
4. 강원화폐 유통 시스템
5. 국내외 지역통화 구축사례
6. 강원화폐 발행 반대 목소리
7. 강원화폐 발행과 Fintech
8. 강원화폐 유통 성공조건
9. 강원화폐 추진 대안
강원화폐는 강원도가 추진 중인 지역통화 유통사업의 하나인 지역화폐를 통칭하는 것이다. 도는 지역자원의 생산유통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역화폐와 강원사랑카드 유통을 골자로 한 지역통화 유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화폐는 특정한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임의로 설계된 화폐로, 일국 또는 국가연합 영역에서 법률에 의해 강조 유통되도록 만들어진 법정통화와 구별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정 지역 내 통화로, 이는 지역 밖으로 가치가 유출되는 것을 막는 잠금장치와 지역경제 안에서 자원이 선순환 할 수 있도록 해 지역공동체를 발전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대부분 이자를 받지 않는 불임화폐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의 부(富)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의 하나다. 2012년 기준 도내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규모는 3조 3700억 원으로, 이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33조 8530억 원인 데 반해 지역총소득(GRI)이 30조 4830억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역내총생산보다 지역총소득이 적다는 것은 지역에서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지역자금의 외부유출이 많을수록 새로운 투자를 위한 여력은 작아진다. 현재 강원도내 상황은 이를 여실시 보여주고 있다.
2013년 현재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3.5%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치인 49.8%의 절반도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정부의 일반회계 세입 중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자립도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의 경제활동이 경직돼 있고, 지역주민 소득 역시 낮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재정자주도 또한 45.2%로 전국 평균 62.4%를 훨씬 밑돌고 있다. 재정자주도는 일반회계 세입 중 자체수입과 자주재원의 비율로, 도는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등 이전재원을 통해서 부족한 지방재정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도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8.15%로, 전국 다섯 번째로 높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새로운 세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화된 경지침체로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계속되고, 주민세 인상 역시 쉽지 않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열악한 도내 경제상황은 재원의 중앙정부 의존도를 높이고, 새로운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비 확보와 대기업 유치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산업구조가 미비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도내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도내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광역경제간 교역구조를 보면 수도권 의존율이 50%를 넘는다. 국비 예산 1억 원을 확보해 관련산업에 투자할 경우 이중 5000만 원 이상의 자금이 서울 및 수도권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으로, 이는 뿌리산업 등 도내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데 원인이 있다.
2007년 기준 도내 산업구조는 1차 산업 8.5%, 2차 산업 11.5%, 3차 산업 80.0%로, 이중 2차 산업 비중은 전국 평균 33.0%의 1/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제조업 중 파급효과가 가장 큰 가공조립형 제종업의 비중은 3.1%로 나타나 전국 평균 22.0%의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 및 전자기기의 수도권 의존율은 48.5%, 의료기기 등 정밀기기 60.9%, 일반기계와 수송장비는 44.9%와 53.0%로 각각 나타났다.
아울러 기업유치 또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으나 기반시설 제공,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제공받은 기업들은 오히려 자본을 앞세운 지역 내 진출로 토종기업의 몰락과 자금의 역외유출을 초래해 지역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하고 있다. 이런 결과 도의 지역총소득(GRI)는 30조 4830억 원으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또 도내 1인당 연간 개인소득은 1332만 원으로, 전국 평균 1532만 원에 못 미치는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비스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도내 산업적 특성이 지역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역통화 유통사업을 구상하게 된 배경도 여기서 출발한다. 서비스산업 특성 상 일대일 대응이 상대적으로 높고, 지역 내 유휴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 서비스산업은 산업구조 중 80%를 웃돌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공공행정과 국방 및 사회보장서비스업 비중은 17.7%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7.7%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또 교육서비스업 7.0%,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2.8%로 전국 평균인 4.8%, 2.2%를 웃돌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은 5.4%와 4.8%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도내 전체 산업 중 사업체수가 가장 많은 업종은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27.92%를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도소매업(24.61%)로 조사돼 이들 두 업종을 합하면 52.53%로 절반을 넘는다. 종사자 수 또한 숙박 및 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이 16.91%와 14.79%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두 업종은 도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큰 반면 대형 유통기업들과 경쟁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주민들의 삶의 질 보장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이들 두 업종의 또다른 공통점은 지역 내 소비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도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는 또 지역 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가공판매되거나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교환매개의 수단을 목표로 한 지역화폐 유통의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분석결과 인구 30만 명의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10%가 1000개의 가맹점에서 월 평균 1만 원의 강원화폐를 사용할 경우 비용편익은 1.22로 나타났다. 또 10만 명의 관광객이 1000개의 가맹점에서 1인 평균 2만 원의 강원화폐를 사용할 경우 비용편익은 1.13이 도출됐다.
이는 주민 한 명이 한 달에 8200원 정도의 강원화폐를 쓰거나 관광객 한 명이 방문 시 점 당 1만 7700원를 사용하면 투자한 자금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통화(비용편익 1.22)가 외지인을 대상으로 한 통화(비용편인 1.13)보다 비용 대비 편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화폐는 교환매개 수단보다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화폐가 자본화되고 부의 편중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폐는 가치척도, 교환매개 수단, 지불수단의 역할을 한다. 이외 가치저장 수단도 갖는데, 이는 보관 또는 대출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자가 발생한다. 가치저장 수단 기능은 화폐의 자본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무한대의 확장성을 갖고 있다. 자본화 된 화폐는 그 속성상 끊임없이 증식을 추구하게 되면서 경제의 선순환을 가로막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개인은 물론 정부마저도 쥐락펴락하는 자본의 예속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국내 30대 그룹의 올해 1분기 말 사내유보금은 1년 전보다 38조원이 늘어난 710조 3002억 원으로 조사됐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이익 중 세금과 배당 등 지출을 뺀 실제 기업 안에 남은 돈으로, 현금 뿐 아니라 공장이나 기계 설비에 투자한 돈도 포함돼 있다. 이중 삼성그룹은 약 232조 원, 현대차그룹은 약 113조 원을 기록했고, 두 그룹은 30대 그룹 사내유보금의 4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기업투자를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펴고자 할 때 이들 기업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제침체 등을 이유로 해외진출보다는 외식산업 등 국내 서비스업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에 나서면서 전통적인 서민경제의 터전으로 여겨졌던 골목상권을 접수하며 지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결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거래형태에 기반한 지역경제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화폐를 교환매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고, 이는 지역 내 부(富)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지역화폐 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