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무산됐던 우리은행 매각이 다시 추진된다.
지난해 12월 매각 중단 이후 7개월 만의 시도다. 전체 매각 역사로는 5번째 도전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지난 21일 기존의 경영권 지분 매각뿐만 매각 아니라 ‘과점주주 방식’도 추가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덩치가 커 일괄매각이 어려워지자 나온 방책인데 경영권 메리트는 사라졌고 과점주주에 대한 수요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CNB=이성호 기자)
13조 쏟아 붓고 원금도 못 건져
통 매각·과점주주 매각 ‘투트랙’
매각방식 놓고 증권가 희비 엇갈려
공자위의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방향’에 따르면 30% 이상 지분을 묶어 파는 경영권 지분 매각방식에 더해 과점주주 매각방식이 병행 추진된다. 과점주주 체제는 소수의 주요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각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지배구조다. 사실상 우리은행을 쪼개서 팔겠다는 것이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 발표되자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교차하고 있다.
먼저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2일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업가치가 개선된다는 측면에서 우리은행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경영권 지분 매각 방식에 대한 투자자의 자금 부담이 줄었다는 점에서 향후 매각 성공률 커졌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과의 MOU를 완화 및 폐지하겠다는 방침은 회사의 경영 자율성 제고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기업가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
단, 지난해 경영권 지분 매각과정에서 유효입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을 끌어 올리는 과정이 선행돼야 과점주주 매각도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과점주주 매각방식은 민영화 과정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고, 일정지분은 오버행(대기대량물량)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김은갑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CNB에 “매각 규모가 커 수요처들의 관심을 모으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업황이 좋으면 (수요자 입장에서) 먼저 선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고, 계속해서 판다는 데 굳이 먼저 사야할 필요성이 없어 장기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경영권 메리트 사라져…매수자 찾기 ‘혈안’
공자위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점주주 매각을 병행 도입키로 한 것은 그동안 수요점검 결과 경영권 지분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세부 매각방안을 살펴보면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우리은행 보유 지분 51.04% 중 지난해 소수지분 매각시 부여한 콜옵션의 약속 이행을 위한 2.97%를 제외한 48.07%에서 30%∼40% 지분을 지배주주 또는 과점주주군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자 1인당 매입 가능 물량은 기존에 보유중인 물량을 포함해 최소 4%∼최대 10%로 설정했다. 총 물량은 과점주주군을 형성하는 취지를 고려해 경영권 행사 가능 규모인 30% 이상이 되도록 정했다.
과점주주군을 형성한 이후의 잔여지분은 최대 18.07%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민영화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당분간 보유하되, 공적자금의 조기 회수를 달성키 위해 시장상황을 봐가며 신속하게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우리은행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MOU)’ 조정 혹은 변경 검토 및 주요 지분 매각에 성공한다면 MOU 해지 방침을 천명했다.
과점주주 형태 지배구조는 단일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복수 그룹에게 나눠주는 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경영권 메리트는 없어지게 된다.
박상용 공자위 위원장은 “시장수요 조사결과 현재 확인된 투자 수요만으로는 수요가 충분치 않아 지금 당장 매각을 추진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예보와 매각주관사를 통해 시장수요가 확인되고 매각을 위한 여건이 성숙됐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에는 총선, 2017년에는 대통령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가 예고돼 있고, 박 위원장을 비롯한 공자위 위원들의 임기도 오는 10월까지라서 매각 시점이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오는 8월부터 매각의 구체적인 방안 및 투자 수요 조사한 결과를 검토하는 회의를 지속할 것”이라며 “공자위원들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해서 그냥 계속 지연되거나 그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21일 박상용 공자위 위원장이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e-브리핑 캡쳐)
우리은행 “민영화 가시화되면 주가↑”
그동안 우리은행의 대주주는 15년 가까이 정부였다. 지난 2001년 3월 예보는 우리금융지주에 12조8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한 후 지분 100%를 취득했다.
정부는 회수방법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총 4회에 걸쳐 우리은행의 매각을 시도한 바 있으나, 정치적 이해관계나 유효경쟁 불성립 문제 등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우리금융 설립 이후 공모 및 블록세일을 통한 지분 매각과 배당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 현재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51.04%를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주가는 8000원대다. 시가총액은 6조200억원 가량으로 주당 1만3500원은 돼야 투입된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은행 매각 3대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일단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과점주주 형성을 위해 팔고, 나머지 지분(최대 18.07%)은 주가가 오르면 시장상황을 보면서 매각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우리은행 측은 민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NB에 “현 시점에서 주가가 1만3500원선까지 오르기만을 기다릴 순 없다”며 “매각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예보와의 MOU를 완화시키면 투자자들에게 매력도가 높아져 주가 가치는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우리은행에 투자를 꺼리게 된 이유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회사측이 원했던 과점주주 방식이 도입되는 등 이번 민영화 추진에 기대를 건다”며 “MOU 완화 수준 및 아직까지는 세부적인 일정이 안 나왔지만 일시가 확정되면 수요가 생기고 탄력이 붙어 매각이 장기화로 흐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