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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플러스〕춘천시 전략산업 애니메이션, 선점효과 못 누린 채 정체성 마저 흔들

1996년 전국 최초 정보화 거점도시 추진…춘천시장 4명 바뀌며 정책 일관성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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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경석기자 |  2015.07.20 10:07:48

춘천시의 전략산업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이 매출에 한계를 보이며 정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반면 경기도 등 다른 광역정부는 콘텐츠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적극 투자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인 지원에 앞장서면서 춘천시의 애니메이션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춘천이 애니메이션도시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도서관과 애니매이션 거리를 조성하는 등 삶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춘천시와 애니메이션산업

 

1996년 춘천시는 전국 최초로 정보화 거점도시육성을 발표했다. 춘천의 지역경제는 소비재산업위주로 형성돼 딱히 내세울 만한 산업이 없었다. 이에 따라 당시 배계섭 춘천시장은 '잘 사는 도시 춘천건설'을 모토로, 청정산업인 첨단산업을 육성키로 하고, 만화영상산업인 애니메이션과 함께 생물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택했다.

 

1997년 7월 만화산업 붐 조성과 대내외 새로운 춘천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97춘천만화축제'가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당시 인기 만화가인 이현세 씨가 개막을 앞두고 경찰에 입건돼 더욱 화제가 됐다.

 

1998년 3월 후평동에 하이테크 벤처타운을 착공하고, 4월 디즈니랜드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과 자매결연을 체결해 선진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앞서 1997년 5월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열린 프랑스 동남부지역에 위치한 관광도시 앙시를 다녀오는 등 첨단산업도시 조성을 위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춘천시민 75%가 만화산업 추진에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특히 20~40대는 82%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결과 춘천에는 (주)애니월드, (주)서울무비, (주)파라다임, (주)한신코퍼레이션 등 국내 유명 17개 제작사들이 석사동 구 여성복지관과 퇴계농공단지 관리사무소, 우두동 구 농촌지도소, 죽림동 구 주차관리공단, 후평공단 등에 입주했다.

 

또 국내 벤체기업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한글과 컴퓨터(대표 이찬진)'가 본사를 춘천으로 이전을 적극 검토하는 등 활력이 넘쳤다. 특히 남산면 창촌리에 현재 송곡대학교의 전신인 춘천정보과학대학이 만화영상제작과와 멀티미디어과 등 6개 학과로 설립 인가를 신청, 2003년 개교했다.

 

◇ 현 상태

 

강원도 콘텐츠산업은 춘천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산업이 강점이었으나, 현재는 콘텐츠 관련 기업이 적고 산업 기반이 미비해 정체성마저 모호한 상태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으로 '구름빵', '두리둥실 뭉게공항'과 같은 성공 사례를 창출했지만 애니메이션 이외 장르에 대한 성과는 미비하다. 실제 전국 대비 강원도의 비중이 가장 큰 산업은 만화산업으로, 매출액 기준 1.6% 수준이다. 애니메이션산업은 이보다 못 미치는 전국 대비 0.8%에 그치고 있다. 관련 기업 역시 2곳에 불과하다. 사업초기 춘천으로 이전한 기업들 대부분 서울과 부천시 등으로 회사를 옮겼다.   

 

이처럼 강원도 콘텐츠산업의 성과가 부진한 것은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고 강소기업과 인력의 부재, 정부와 지자체 지원의 한계 등으로 분석된다.

 

실제 2009년 설립된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거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콘텐츠산업을 육성했으나, 실적 저조로 구조조정됐다. 문화콘텐츠산업을 지원하는 기관인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애니메이션 사업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거나 사업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

 

◇ 만화영상산업 20년 기업은 단 2곳 뿐, 원인은

춘천의 만화영상산업은 춘천시가 1995년에 지식산업육성 종합전략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20년 이상 진행된 전략산업이지만 현재 관련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할 만큼 초라하기 그지 없다. 

 

춘천의 만화영상산업의 중심에는 (재)강원정보문화진흥원이 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2002년 (재)소양소프트타운진흥원으로 설립돼 2007년 춘천문화산업진흥재단을 인수 통합했으며, 현재 애니메이션박물관과 문화산업지원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자체사업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으로, 2010년에 제작한 애니메이션 '구름빵'은 방송 및 수출을 통해 2012~2013년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직원 100여명이 근무 중으로, 2013년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영상문화산업의 매출이 단기간에 큰 성과를 보인 것은 자체 사업을 중심으로 꾸려나갔기 때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기업 보육이라는 기본 기능에서 멀어지면서 최근 매출 증가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강원대 최선강 교수는 춘천 비전 2025에서 "자체사업을 중심으로 할 경우 단기간에 자립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예측된다"고 지적하고 "결국 자체사업에만 열중할 경우 입주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 할 뿐만 아니라 진흥원이라는 한 개의 공기업형태만이 살아남는 형태가 되므로 이 부분의 전략적 접근이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발전연구원 박봉원 부연구위원도 "문화콘텐츠산업을 지원하는 기관인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은 다른 진흥원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진흥원과 지역기업 또는 대학 간 협력보다는 경쟁관계가 존재하고 지원 부족으로 다른 지역으로 기업이 이전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흥수(79) 강원정보문화진흥원장은 지난 2002년 초대 원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16년까지 근무하게 됐다. 이는 원장으로만 15년간 일하는 것으로, 1996년 춘천멀티미디어밸리추진시민협의회장으로 활동한 것까지 포함하면 20년 이상 진두지휘 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춘천시장마다 다른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관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전략산업은 성장률과 파급효과가 높아 일자리 창출에 가장 중요하지만 지자체장마다 다른 전략산업을 추진하거나 추진력이 약화돼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지속성 또한 없어 다른 지자체에 추격을 당하고 있다.

 

실제 배계섭 시장이 만화영상산업을 추진한 이후 20년간 지방선거를 통해 4명의 시장이 교체됐다. 배계섭 시장에 이어 2002년 시장이 된 류종수 전 시장은 레저산업 육성을 내세우며 만화영상산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6년 당선된 이광준 전 시장 역시 기업도시 육성을 목표로 산업단지 조성에 집중했고, 2014년 취임한 최동용 시장은 관광도시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4명의 시장이 바뀌는 동안 영상문화산업을 총괄지휘하는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수장은 박흥수 현 원장으로 계속 유지됐다.         
 
◇ 향후 발전가능성은

 

강원대학교 RASE(자기주도형 : Resource, Activity, Sustainablity, Education) 미디어 콘텐츠 인력양성사업단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단에 선정돼 신문방송학과, 영상문화학과, 스토리텔링학과, 디자인학과 4개 학과가 공동으로 미디어 제작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강원애니고등학교 학생들은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린 춘천 2014 썸머 3D 페스티벌에서 축제 기획, 작품 제작, 전시까지 총괄했다.

 

이처럼 다양한 융합형 인재양성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축제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창작 기회를 제공하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확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Asia-EU cartoon connection을 강원도 유치를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다. 카툰커넥션은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방송사를 외국의 방송사와 연결해 주는 등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행사다. 지난 4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카툰커넥션은 유럽 27개사, 아시아 38개사, 한국 66개사가 참가했다. 카툰 커녁센의 강원도 유치를 통해 애니메이션 도시로서 이미지를 강화하고, 평창올림픽을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는 독립 애니메이션과 파일럿영상 제작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작가들을 지원하고 있어 도내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인력 양성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창작 기회를 확대해 청년일자리 창출과도 연계할 수 있다.

 

◇ 대책은

 

우선 원활한 정보 유통과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도내 기업이 정부사업 동향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사업 동향을 수집·정리해 관련 기업에 유통시키는 체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가칭 강원콘텐츠포털사이트 'Gangwoncontents'를 운영해 국내외 정보 유통과 도내 제작 작품의 홍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사업 추진시 관련 기관, 기업, 대학간 협력체계와 지원을 통해 사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애니메이션기업이 몇 개 되지 않는 상태에서 산업 발전을 논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도민의 삶에 애니메이션이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제공 등 애니메이션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애니메이션 도서관을 설립하고 애니메이션 거리를 조성하는 한편 아마추어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애니메이션도시로 변화가 요구된다.

 

애니메이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는 도내 유망 기업이 있어야 정부의 콘텐츠 펀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원정보문화진흥원,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학교 창업보육센터 등과 함께 애미메이션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애니메이션기업 육성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중 양국 정부가 각각 400억원을 출자하는 등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또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주식회사 시제이(CJ)와 함께 400억원 규모의 기획개발단계 융합콘텐츠 펀드가 조성됐다. 이와 함께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500억원 규모의 문화-정보통신기술 융합 분야 펀드도 조성됐다.

 

강원발전연구원 박봉원 부연구위원은 "강원도의 굴뚝 없는 성장을 위해서는 콘텐츠산업의 발전이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정부사업이 50% 이상의 지방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강원도의 적극적인 관심과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원도 ICT융복합문화콘텐츠육성 추진협의회가 도내 기업체, 대학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4년 처음 개최된 만큼 지속적으로 추진돼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정책 방안이 도출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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