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7.16 11:16:41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14일 1만 4400㎞의 대장정에 올랐다. 친선특급은 남북분단 이전의 대륙을 오가던 우리 민족의 이동경로를 되밟아본다는 의미와 함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의 시범행사 성격도 갖는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잇는 구상이다. 이 구상은 남북간 철길이 연결될 때 비로소 완벽해진다.
◇ 유라시아 친선특급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외교부와 코레일의 공동 주최로 오는 14일부터 오는 8월 2일까지 총 19박 20일에 걸쳐 실시된다.
일반 국민을 포함해 정부, 국회, 경제, 학계, 언론, 사회, 문화 등 각계각층 인사들의 참여하에 아시아·유럽 대륙을 열차로 이동하면서 방문하는 여러 주요 도시에서 물류, 경제협력, 문화·차세대 교류, 친선, 평화, 통일 등 분야별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친선특급의 총 이동거리는 1만4400km에 달한다. 이는 지구 둘레의 약 1/3, 서울~부산 거리의 33배에 해당한다.
친선특급의 노선은 중국, 몽골,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6개국 10개 도시를 지나는 것으로, 아시아~유럽을 잇는 물류 동맥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와 모두 연결된다. 남북한을 잇는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연결된다면 부산과 목포에서부터 베를린까지 열차 노선이 중단 없이 이어질 수 있다.
◇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것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함께 우리 정부의 3대 대외 구상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물류·교통·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통한 단일시장 실현을 목표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실현하고 북극항로를 통한 유라시아 동쪽 끝과 해양을 연결하는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무역과 투자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유라시아 시대의 질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창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등과 철도협력회의를 개최해 대륙철도 연계문제를 논의하는 등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아 러시아와 중국과 차이를 보였으나,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계기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경우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정부는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시작으로 오는 9월 복합물류교통네트워크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시범 사업 실시를 통한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추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참여도 유도할 방침이다.
◇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은 한반도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 Trans-Siberian Railway)에 현재 단절상태인 북한철도를 연결해 유라시아 동북부와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물류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핵심은 우리나라와 극동 러시아를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물류망과 북극항로 상업 추진을 통한 해상 물류망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극동 시베리아 지역개발과 아태지역 진출 전략인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과 맞물려 있다.
현재 남·북·러 3자간 합의에 의해 개통된 동해선 철도 일부 구간과 나진~핫산 간 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남북철도 연결사업 중 남한은 경의선 문산∼군사분계선 12.0㎞ 구간과 동해선 제진∼군사분계선 7.0km 구간은 2002년 10월과 2005년 12월 각각 단선철도로 완공했다. 북한은 경의선 15.3㎞ 구간과 동해선 철도 18.5㎞ 구간을 도로와 연결하는 공사로 진행, 2004년 10월 철도 궤도부설과 도로공사를 완료했다. 또 2013년 9월 북한 나진~러시아 핫산을 잇는 약 53㎞ 구간이 개통됐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전제로 한 남북한의 강원 동부선(동해선)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을 통한 철도 중심의 물류수송 루트 확보뿐만 아니라 남북한 간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그 전까지는 강원도 동서횡단철도와 북극항로 연계로 유라시아 대륙 동서 간 다양한 육상과 해상 복합물류 수송루트를 확보하는 방안이 병행 추진돼야 한다.
◇ '하나의 유라시아' 한 가지 숙제, 남북간 철도
친선특급의 총 이동거리는 1만4400㎞에 달한다. 하지만 이 구간에는 남북철도는 제외돼 있다. 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북한의 미연결철도의 현대화와 동해선 철도의 연결로 완성된다는 의미다. 현재 북한의 미연결철도 구간은 780㎞로, 북고성∼원산∼나진∼두만강 노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추정 비용만 4조 1973억원∼10조 4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망은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모두 3개다. 이들 모두 군사분계선에 막혀 있다.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장기간 경색된 채 물꼬가 꽉 막힌 탓이다. 다만 정부는 가능한 기반부터 우선 조성한다는 방침으로, 경원선 남측 구간인 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 11.7㎞ 복원공사를 시작한다. 우선 백마고지역~월정리역 9.3㎞ 구간을 연결하고,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월정리역~군사분계선 2.4km 구간은 남북간 합의를 통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동부선 철도는 강릉∼고성 구간 127.0㎞와 포항∼삼척 철도 171.3㎞가 연결하는 사업으로, 이중 동해북부선은 총 167.4㎞ 구간이다. 현재 철로가 놓여있는 삼척~동해~강릉 구간과 달리 강릉~양양~속초~고성 구간은 단절된 상태다. 도는 삼척~강릉은 복선화가, 강릉~고성 110.2㎞는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원선과 동해북부선은 한반도종단철도(TKR) 노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동해북부선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만 연결이 가능한 반면 경원선은 시베리아횡단철도는 물론 만주횡단철도(TMR)을 통한 중국횡단철도(TCR)과도 연결이 가능하다.
◇ 남북교류 재개를 요구하는 경제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남북경제교류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앞세워 5.24조치 해제를 재촉하고 있다. 정부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1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남북경제교류의 뉴 패러다임과 경제교류 활성화를 주제로 남북경제교류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수영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년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북한은 시장화와 私경제가 확산되고 있고, 19개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는 등 대외개방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5.24 조치 후 북한의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등 對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남북경제협력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수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은 남북관계 개선이 경제교류 활성화의 전제조건이라고 하지만, 역으로 경제교류가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 수도 있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현재 중단된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신변안전 등의 조건들을 갖추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케하타 슈헤이 NHK 서울지국장은 2012년 북한방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북한도 조금씩 경제개방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이 흐름이 역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돗토리현이나 니가타현과 같은 지자체의 경우 북한과 무역재개를 기대하고 있으며, 일본 대기업, 특히 건설회사들과 자원개발기업들도 북한에 대한 투자와 진입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통일부 김남중 교류협력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5.24조치는 남북이 만나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면서 남북대화가 재개된다면 5.24조치를 포함한 여러 현안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남북경제협력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제시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지난 3월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중 FTA에 따른 한·중 기업의 기회와 시사점: 동북 3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나진·선봉 등에 역외가공지역 설립 시 남북교역액이 연평균 55억 8000만 달러가 증가하는 등 동북 3성의 투자·무역 증가와 남북경협 활성화에 기여한다.
이에 따라 한·중 FTA 체결로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중국 동북 3성이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돼 지리적으로 근접한 북한 나진·선봉지역에 역외가공지역을 설립해 두 지역을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등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나진·선봉 등 역외가공지역에서 상품을 가공하고, 동북 3성의 신흥전략산업 단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무(無)관세로 중국 전역에 수출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한·중 FTA 체결로 역외가공지역에서 생산된 310개 품목의 원산지가 한국으로 인정되면서 시장 경쟁력이 높아졌고, 역외가공지역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고 중국과 지리적 접근성도 뛰어나 투자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1월 외교부가 '통일시대를 여는 글로벌 신뢰외교'를 주제로 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밝힌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포함한 시범 사업 실시 구상과 맞닿아 있다.
특히 경상북도가 주관한 유라시아 친선특급도 무관치 않다. 경상북도 포항시와 구미시는 대표적인 경제도시로 포스코와 삼성전자가 위치해 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박근혜정부가 국제정세에 대응한 신북방정책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경북이 포항의 영일신항만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해상운송과 철도운송의 선점효과를 갖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자원보유국인 러시아는 자원수출 루트 확보가 필요하고, 우리나라 동해안지역들은 이들 자원을 수입해 비철금속 산업의 생산품과 수도권 물류를 러시아와 유럽지역으로 수출하기 위한 해상 및 육상 물류루트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북한과 교류가 현실화되고, 동해안지역에 비철소재 산업이 발전하게 될 경우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이 해상과 철도를 이용해서 유입되고 이를 가공생산한 제품이 시베리아 횡단철도, 북극항로를 이용해 러시아, 태평양, 유럽 지역으로 수출되는 물동량의 확보와 보다 많은 수송루트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 강원도의 대응
유라시아 친선특급에서 강원도는 제외됐다. 남북간 철도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라시아 물류 등이 확대될 경우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이나 핫산을 통해 해상운송을 통해 우리나라로 반입된다. 경상북도가 이번 행사를 주관하게 된 배경인 동시에 강원도가 배제된 원인이다.
정부가 오는 8월 경원선 남측 단절구간 11.7㎞ 연결공사를 착공키로 했다. 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에 대한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평가된다. 경원선은 철원을 거쳐 북한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횡단철도(TMGR), 중국횡단철도(TCR)로 연계되는 노선이다.
이를 두고 경의선 연결을 기대하는 중국 측 입장과 동해선 연결을 기대하는 러시아 측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의선은 중국횡단철도(TCR)와 바로 연결되고, 동해선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된다.
북극해 항로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연결을 위해서는 동해안 철도건설이 시급하고, 아울러 동서수송망 확대와 동해안 항만 활용도 제고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강원도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산업 발전 여건이 이미 조성돼 있다.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은 첨단 비철소재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돼 있어 국가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최적지로 평가 받고 있다.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철도의 현대화가 추진되는 동안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가 조기에 추진되고 원주∼강릉 철도가 완공된다면 수도권∼강원도 동해안∼시베리아횡단철도∼유럽을 잇는 철도와 해상 복합 물류수송 루트는 완벽하게 구축된다.
특히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와 강원 동부선(동해선) 철도, 속초의 크루즈 항, 동해항의 컨테이너 부두 확보, 양양공항이 합쳐지는 강원도 동해안은 북방경제와 남방경제의 통합 물류거점이 돼 우리나라의 새로운 북방물류 중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철도와 연결을 추진하되 북한과의 정치적 대립 상황을 고려할 때 다양한 수송경로 확보 차원에서 북극항로와 수도권↔강원도 간 철도운송과 강원도 항만↔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유럽을 잇는 철도 해상복합 물류 수송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질적인 효과는 항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북방시대 물류의 핵심은 북극해와 극동러시아 지역의 석탄, 기타광석, 천연가스 등 자원을 국내로 유입해 이를 가공 수출하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거점 항만을 이용하는 벌크화물의 수요가 급증한다는 의미로, 동해항은 최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항과 광양항 등 주요 항만들은 컨테이너 화물만 취급하던 항만시설이다. 현재 벌크화물과 겸용으로 활용하는 다목적 부두를 설치하고 있으나 벌크화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이나 오수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반면 동해항은 제3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서 북방교역을 위한 시멘트 중심 무역항 육성으로 설정될 만큼 벌크화물과 이에 따른 환경처리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현재 컨테이너 화물을 취급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 중에 있다.
이는 부산항과 광양항 등 항만들이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한 남방경제 거점항으로 성장하기 위해 경제적 실효성이 약하고 환경처리가 필요한 벌크화물 등을 동해항에 배치한 데 따른 것으로, 북방경제 개막과 함께 전세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다.
강원발전연구원 김재진 박사는 "강원도는 2000년 이후 속초항과 동해항을 중심으로 극동 러시아 항만들인 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토크 항과 훼리 항로를 운영 중에 있다"며 "이미 운영 중인 강원도 항만과 극동 러시아 항만 간의 해운항로와 건설 중인 원주∼강릉 철도, 추진 중인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가 연결되면 수도권~강원도 철도, 여기에 항만~시베리아횡단철도~유럽을 잇는 또 다른 철도-해상 복합수송 루트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