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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대우건설 늪에 빠진 금감원, 큰 그림 그릴 때 됐다

잘못 끼운 첫 단추…‘분식회계 혐의’ 19개월 조사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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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7.15 17:33:12

▲대우건설 분식회계 의혹이 금감원에 제보된 건 2013년 12월이었다. 당시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최수현 국민대 석좌교수(왼쪽 사진)는 이 사건을 매듭짓지 못한 채 퇴직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19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대우건설 주가는 폭락했다. (사진=연합뉴스)

대우건설의 대손충당금 비율이 건설업계에서 상당히 높은 편인 것으로 확인돼, 금융당국이 대우건설 분식회계 의혹 조사에 있어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려 19개월간 계속돼온 이번 논란을 계기로 건설사 회계 메뉴얼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리스크 잦은 건설업 특성상 미리 대손 추정
‘고의로 손실 감췄다’ 오해 받아 2년간 곤욕
건설업계 “규제개혁·경제살리기 역행한 처사”

금융감독원은 2013년 12월 대우건설이 국내외 40개 사업장에서 총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은폐했다는 내부자 제보를 받고 회계감리를 벌였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감원은 대우건설이 고의적으로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품고 있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재정 상태나 경영 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하는 회계 방식이다. 이는 주주와 채권자들의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돼 있다. 대손충당금은 미회수된 매출채권(외상거래)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손실처리 된 금액을 이른다.

금융당국은 대우건설이 손실(대손충당금)을 줄이는 수법으로 수익을 부풀려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10대 건설업체(2014년 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의 최근 3년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금감원이 분식회계 혐의를 두고 있는 시기인 2012~2013년 대우건설의 대손충당금 비율은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13년 매출 대비 가장 높은 대손충당금을 쌓은 건설사는 SK건설(20.6%)이었으며, 대림산업(18.2%)과 대우건설(18.0%)이 다음이었다. 롯데건설(16.1%)과 포스코건설(11.4%), 한화건설(13.6%)이 뒤를 이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충담금 비율이 한자리 수에 불과했다.

2012년에도 SK건설(17.9%) 다음으로 대우건설(17.0%)의 충담금 비율이 높았다. 대림산업(15.2%), GS건설(10.6%), 한화건설(9.8%), 롯데건설(7.5%)이 다음 순이었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은 2012~2013년 연속 2%대에 불과해 최하위였다.

대우건설은 지난해에도 대손충당금 비율이 17.0%에 달해 SK건설(25.1%), 롯데건설(20.1%), 대림산업(17.1%) 다음으로 높았다. 

금액도 대우건설이 가장 컸다. 2012년 8789억원, 2013년 1조112억원, 2014년 9935억원으로 업계 평균(2012년 4400억원, 2013년 5085억원, 2014년 6072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물론 대손충당금의 많고적음으로 분식회계 여부를 단정 짓긴 힘들다. 하지만 당시 비슷한 매출규모였던 대림산업, GS건설 보다 대우건설의 대손충당금 규모가 컸다는 점에서 분식회계의 혐의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은 2013~2017년까지 연도별로 예상되는 손실 등을 예측한 대우건설 내부문건을 확보, 그동안 감리를 벌여왔다. 하지만 이 중 상당부분은 건설업 특성상 복잡한 회계처리가 오해를 불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금융당국은 당초 제보된 액수(1조4000억원) 보다 크게 준 4000억원 정도에 대해서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 조사는 끝났지만 감리위원회에서 상당한 검토와 토론과정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안자체가 복잡한데다 건설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심의 과정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증권선물위원회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는 지난 7일 대우건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건을 처음으로 상정해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건설업 회계 특성상 짧은 기간에 거액의 적자나 흑자를 내는 경우가 허다해 이를 분식회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분식회계 혐의로 투자자들이 금감원에 제소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인 대우건설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2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고무줄회계→분식회계 둔갑

이처럼 제보가 접수된 지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금융당국이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대우건설의 회계처리 방식이 분식회계로 결론날 경우,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공정률과 원가변동, 외상거래(미청구공사) 관행 등 건설업 특성을 고려할 때, 일반기업과는 회계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계 과정이 워낙 복잡해 경영상태를 한 눈에 판단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고의성이 전제되는 분식회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아파트 공사현장의 경우, 건설사가 인력·자재를 투입해 시공해놓고도 시행사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손실처리 했다가 뒤늦게 자금이 들어와 이익으로 상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GS건설의 어닝쇼크 사태다. GS건설은 2013년 4월, 1분기 영업손실 5354억원, 당기순손실 386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최대 40%까지 폭락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GS건설이 분식회계를 했다며 금융감독원 민원 및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신속히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CNB포토뱅크)

한 대형건설사 재무담당자는 “공사가 끝나고 수년이 지나서야 적자인지 흑자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성금(공기별 공사대금) 회계가 복잡하다. 대규모 적자를 냈다가 뒤늦게 결재가 이뤄져 흑자로 돌아서는 예가 허다하다”며 “대다수 건설사들이 손실에 대비해 관례적으로 미리 충당금 비율을 높여 잡는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경우도 이런 건설업 특성상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손실 추정 자료’를 만들었다. 이 자료가 금감원에 제보되면서 ‘부실을 감췄다’는 의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측은 이번 감리위원회의에서 “당시 자료는 사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참고 용도로 만든 것이며 일부 손실 가능성이 예상되는 현장의 대손충당금 추정치를 반영해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대우건설이 향후 착공 예정인 건설사업에서 얼마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작성한 자료며, 이 자료는 산업은행과 회계법인 등에도 공유가 됐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앞뒤 상황으로 볼 때, 금융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대우건설이 분식회계를 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자니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개혁 차원에서 건설회계 관행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건설사의 한 고위 임원은 “대우건설 사건은 회사 내 불만세력이 복잡한 건설업 회계 관행을 이용해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은 대표적인 사례”라며 “회사는 이로 인해 2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기업이미지 훼손과 주가하락 등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어느 건설사라도 이렇게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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