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07.15 14:13:58
새정치연합은 이번 국정원 ‘해킹 사찰’ 의혹을 지난 대선 당시의 국정원 댓글 의혹 ‘시즌2’로 규정하고 대여 공세의 호재로 활용하며 정국 주도권을 잡는 한편으로 혁신안 후폭풍으로 어지러운 당내 갈등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포석도 엿보인다.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총공세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된 해킹 프로그램의 시연 영상을 보면서 시작됐으며, 이어진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도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번 의혹을 반국가적 범죄로 규정하며 “불법의 여지가 있다면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국회가 조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 대표를 포함한 주요 당직자들의 스마트폰에 국가정보원의 감청 프로그램인 ‘스파워웨어’가 설치돼있는지 여부를 점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문 대표는 “마음만 먹으면 대화내용, 사진, 문자메시지 등 휴대전화에 담긴 모든 것을 훔쳐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국정원이 기술이나 장비가 없고 통신회사가 협조를 하지 않아 휴대전화 감청을 못 한다고 했는데, 뻔뻔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며 “국정원은 대선에도 개입한 전과가 있고, 그때에도 거짓말로 일관하다 재판 결과 사실이 드러났다. 핑계를 대며 국민을 속이려 하면 더 큰 심판이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전병헌 최고위원은 “대북, 연구 목적으로 썼다는 국정원의 해명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프로그램 구매가 총선과 대선 시기에 집중됐는데 왜 하필 총·대선에만 대북 공작을 열심히 하느냐”고 비꼬았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전 국민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혹을 일으킨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메르스 공포가 잦아드는 것 같더니 국정원 불법사찰 공포로 온 국민이 떨어야 하는 처지”라고 비판하면서 “사법당국은 해킹을 대행한 업체 관계자를 출국금지해 신병 확보에 나서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에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은 공안 대한민국에 대한 향수에서 정말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국정원의 불법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운영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정원장 등 관련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오영식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문 대표가 직접 안 전 대표에게 SOS를 쳤으며, 안 전 대표가 이를 수락해 안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및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10∼12명 이내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를 이날 중으로 구성키로 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의 참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사건인 만큼 전면적 진상규명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고 있고 국민 입장에서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안 전 대표가 맡는 쪽으로 됐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진상조사로 가면 어떻겠느냐는 기류가 있다”며 “단계적으로 공세의 강도를 높여갈 계획으로, 결국에는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