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40만 보험설계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당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복합점포 입점’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보험사 지점도 새로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금융지주별로 3개 이내의 복합점포를 내달부터 2017년 6월까지 약 2년간 시범운영을 해보고 이후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은행 창구에서는 보험사와 제휴, 방카슈랑스를 통해 보험을 팔고 있다. 방카 규제에 따라 연금 등 저축성 보험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방카를 통한 연간 수수료 수익은 무려 1조원이 넘는다.
더욱이 복합점포에서는 은행 창구와 달리 자동차보험은 물론 종신보험 등 보장성 상품도 자유롭게 취급할 수 있게 된다. 복합점포가 늘어나면 보험산업에서 은행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은행 측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계열 보험사를 밀어주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보험설계사들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게 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성은 물론 상당수의 중장년층 여성과 주부들이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일자리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이들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국회에서 금융사들의 지점이 6000개가 넘지만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복합점포는 현재 40여개 가량으로, 보험이 추가돼도 거점 확보 즉 3개 영역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 자체가 녹록치 않는 등 복합점포를 내기가 어렵다며 설계사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복합점포 내 보험사 입점은 순전히 한 자리에서 원스톱으로 금융상품을 제공받기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러니다. 시범운영을 해보고 활성화를 고려하겠다고 하면서도, 확대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에 (설계사의) 고용 불안은 없다고 애써(?) 일축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범기간 동안에는 제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향후 탄력을 받아 전면 허용될 경우, 복합점포가 설계사들의 생계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도 위배되는 복합점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은행계 보험사들만 배불리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정말 보험가입 시 불편을 느끼고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곰곰이 따져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