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는 10일 장기간에 걸친 회의 끝에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3200억원어치에 달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하락해 국민의 미래 노후를 책임질 자산인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합병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 1813만1071주(11.61%), 제일모직 주식 679만7871주(5.04%)를 보유 중이다. 시가로는 각각 1조1400억원, 1조1800억원에 달한다.
다만 민감한 사안이고,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른 파급력이 큰 만큼 오는 17일 주주총회 때까지 찬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합병 무산 가능성에 관한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됐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이 워낙 많아 여전히 합병안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주총 참석 주주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삼성 쪽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곳은 삼성SDI 등 삼성 특수관계인과 삼성물산 자사주를 인수한 KCC 등 19.8%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포함하면 합병 찬성 쪽 지분은 31.4%다.
반면 합병에 반대하고 나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일성신약 등은 11.4%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총 참여율을 70~80%로 가정하면 삼성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16~22%가량의 우호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입장을 알 수 없는 외국인 투자자나 국내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을 상대로 한 삼성과 엘리엇의 우호 지분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