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7.10 08:28:4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오는 10일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강원 고성지역을 방문하고 '큼지막한' 선물보따리를 풀 것으로 전망된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정부에게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고, 향후 남북통일시대를 대비한 남북협력산업단지 조성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오는 10일 오전 고성문화원 3층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 문재인 대표는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故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한지 7년이 되는 날을 계기로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국민 여론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고성에서 최고위원회를 마련했다. 또 피해 기업 대표와 주민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문재인 당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유승희 최고위원, 박광온 당대표비서실장, 김관영 수석부총장, 김종수 외교통일위원회 전문위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심기준 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키로 해 당 차원의 강력한 남북교류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에 따르면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2725억원의 경제적 손실과 123만명의 관광객이 감소했다. 또 요식업 등 관광 관련 업소 400여개가 휴·폐업했으며, 이로 인해 300여명의 금강산관광 종사자가 실직하고 가정 해체 등 고통을 겪고 있다. 아울러 2015년 6월 기준 금강산 투자업체 49개 기업의 매출 손실액은 8000여 억원에 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고성행에 대해 민생행보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표는 물론 당 차원에서 남북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4.29재보궐선거에 이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경제침체 등 굵직한 현안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일 故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한지 7주년이 되는 날을 맞아 오는 10일 고성을 방문하고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여론조성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번 고성 방문에서 정부 측에 5.24조치 해제를 강력하게 촉구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표가 고성을 찾은 것은 금강산관광이 갖는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금강산관광은 북한은 군사기지를 철거하면서 관광지로 개방한 것으로, 육로관광을 위해 북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개방하고 동부전선에서 군사적인 대결을 완화해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이 됐다. 남한 관광객 194만명이 북한 지역인 금강산을 방문해 제한적이나마 북한주민을 접촉하면서 남북주민들의 상호 이해 증진에 기여하고 관광특구 조성으로 북한의 개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고성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광복 70년을 맞는 올해 8.15 광복절을 앞두고 다음 달 5~8일 방북이 추진되고 있어 '큰 선물'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큰 선물' 중 남북협력산업단지도 포함돼 있다.
현재 남북간 왕래가 단절된 상태이지만, 통일시대를 대비한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북한자원을 활용한 북방경제 실현방안도 이중 하나로, 이는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과 북한의 지하자원과 인적자원의 협력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지하자원을 남한으로 들여와 제련, 가공 등이 가능한 산업단지를 추진한다는 것으로, 철도와 항만 등 광물자원 운송과 북방경제를 고려할 때 고성지역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중국 접경지인 북한 나진·선봉 지역에 제 2역외가공지역을 설립할 경우 남북교역액이 연평균 55억 8000만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중 FTA 체결로 중국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동북 3성이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인 만큼 지리적으로 근접한 북한 나진·선봉지역에 역외가공지역을 설립해 두 지역을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등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외가공은 해외의 저렴한 인건비나 생산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한 부품이나 반제품을 해외로 가져가 가공한 다음 국내로 다시 가져오는 생산방식이다.
최남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나진·선봉 지역 등 북·중 접경지역에 역외가공지역을 설치할 경우 경쟁관계에 있는 북·중 경협과 남·북 경협을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므로 남북경협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북한이 자원강국이라는 점도 적극 반영된 분석결과다. 북한에는 세계 마그네사이트의 50%가 묻혀 있고 우라늄 매장량 역시 세계 1위다. 금은 세계 1위인 남아공의 1/3 수준이고 철광석은 세계 1위인 브라질의 1/4에 해당하는 양이 매장돼 있다. 시가 7000조원이 넘는 북한 지하자원의 대부분은 백두대간을 따라 동해안쪽으로 발달돼 강원도와 이웃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한의 자본과 기술로 가동되는 강원도 첨단소재산업 허브에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이 가세하면 환동해권에 새롭고 강력한 발전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개성공단의 임가공과는 다른 고차원의 경협성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발전연구원 김석중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와 함께 값싸게 대외 유출될 우려가 커지는 북한의 지하자원이 강원도의 줄기물질산업과 융합하도록 최상의 노력을 집주해야 할 때"라며 "필요한 철도, 항만, 도로 인프라와 녹색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또한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故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한지 7주년이 되는 날을 계기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화두로 현 정부에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한편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과 주민들에게 '정부가 고집을 부린다면 제1야당으로서 대기업들과 함께 남북협력산업단지를 조성해 경제활성화를 이뤄내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 정부가 '통일대박론' 제창 이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경제활성화를 위한 '더 나은 메시지'로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경제활성화를 내세운 5.24조치의 출구전략 카드를 정부에 제시하는 냉온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수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은 이와 관련 "5.24조치는 법이 아닌 조치일 뿐이어서 시효와 개정의 조건들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현재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한 상황으로 북중간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라며 남북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세계인들의 평화 축제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평창 일원에서 개최돼 금강산관광 재개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설악-금강과 연계되는 국제관광지대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조속한 남북화해 방안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