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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류기획단 출범은 '한류 종말'의 서곡…한승범 한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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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경석기자 |  2015.07.08 08:31:23

▲한승범 한류연구소장.

미국이 세계적인 불황 타개와 자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을 한 번 상상해 보자.
 
미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가 메이저 7대 영화사(워너브라더스, 월트디즈니, 소니 픽처스, 패러마운트, 21세기 폭스, 유니버셜스튜디오, MGM)와 3대 방송사(NBC, CBS, ABC), 그리고 3대 자동차회사(GM, 크라이슬러, 포드)를 연결시키는 '할리우드기획단'을 구성한다. 취지는 할리우드의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 지배력을 바탕으로 미국 자동차 아시아·유럽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덤으로 국무부, 재무부, 에너지부, 국토안보부 고위관료들이 할리우드기획단에 대거 참여한다.
 
만약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을 미국이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타의 나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미국을 자유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대중문화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성조기를 불태우는 반미시위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중문화의 전 세계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관(官)이 나서서 이런 '할리우드기획단'을 만드는 우(愚)는 절대 범하지 않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 19일 차세대 한류를 이끌 소위 '한류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정부와 민간 협력을 통해 한류를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이다. 한류기획단에는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과 대형 연예기획사 3사(SM·YG·JYP), 방송3사(KBS, MBC, SBS), 방송협회가 모두 참여한다. 또한 한국벤처투자, 코로롱인터스트리, 한국무역협회, CJ E&M 등 25개 민간 분야별 대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더구나 정부 주요 부처 장·차관들이 상임위원으로 참가한다. 그야말로 K-어벤져스(슈퍼 한류 군단)이다.
 
한류는 미국 대중문화의 대명사인 할리우드와 유일하게 견주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의 대중문화가 영향력을 커지지 않는 반면 한류는 일본, 중국, 아시아 국가들을 넘어 유럽, 미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할리우드의 유일한 대체재가 바로 한류인 것이다.

 

할리우드가 확산될수록 반미가 확산된다. 마찬가지로 한류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혐한류 혹은 반한류를 불러온다. 혐한류가 일본, 중국, 아시아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 국가에서 한류로 인해서 자신의 대중문화가 말살되는 것을 극도로 우려한다. 당연히 태극기를 불태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한국 사람은 일본에서 나가라"는 반한(反韓) 시위와 한국에서 "양키 고 홈!"을 외치는 반미(反美)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은 '문화적 열패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농담이 있다. 한류가 성공했던 이유는 초창기 "정부가 한류가 뭔지 몰라 개입을 안 해서였다"는 것이다. 이 농에는 강한 교훈이 담겨져 있다. 연예인과 기획사가 스스로 만들어낸 한류에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숟가락을 얹으려는 시도를 한다. 그래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한류확산을 위해 프로젝트를 만들고 예산을 확보한다. 이런 모습들이 한류열풍에 휩싸여 있는 일본, 중국, 아시아 국가들에 어떻게 느껴질까? 예컨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할리우드 확산을 위해 전 세계에서 동분서주한다면 어떤 느낌을 줄 것인가?

 

더 쉽게 예를 들자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 손에 일류(日流)를 또 한 손에 토요타를 들고 아시아를 누비면 어떤 생각이 들 것인가? 실제로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한류에 자국의 문화가 종속되는 것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한류를 무기로 자국 상품을 홍보하는 것은 그야말로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한류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감독이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해결해 주고 뒤에서 응원하면 된다. 감독이 선수로 직접 뛰며 스타 욕심을 내면 축구단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된다. '한류기획단'은 정부가 지금까지 진행한 한류 진흥 정책 중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제발 지금이라도 루비콘 강을 건너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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