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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동원 “판소리의 ‘한’ 안다면 민생방치 못해”

“국악인들의 저변 확대 아쉬워…정부, 국악진흥 기본계획 수립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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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심원섭기자 |  2015.07.06 22:12:35

▲판소리 등 전통국악을 보다 체계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전·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전통국악 진흥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는 전북 남원·순창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 (자료사진=연합뉴스)

“사라져 가고 있는 국악의 보전 및 육성을 위해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 주도 아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국악 인재의 양성, 공연지원, 예산 확대, 국악인 지원, 법령의 정비 등을 기본정책으로 하는 국악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비싼 국악기 대신 질 좋고 저렴하며, 어린이들의 체형에도 맞는 국악기 보급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민족문화유산 보존과 전통 국악의 세계화, 그리고 최근 확산되고 있는 한류 열풍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판소리 등 전통국악을 보다 체계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전·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전통국악 진흥법’ 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는 전북 남원·순창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일성이다.

강 의원은 이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 국악의 보전과 육성을 위해 시설의 설치, 인력·조직의 확보 등 여건을 조성하도록 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통 국악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보존과 진흥을 위하여 전통 국악 진흥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매년 시행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며 “특히 국가와 자치단체는 전통국악의 진흥을 위해 전통 국악 단체와 전통 국악인에 대해 필요한 경비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민족 문화 유산 보존과 전통 국악의 세계화, 그리고 최근 확산되고 있는 한류 열풍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김치와 된장, 불고기가 세계인의 입맛을 돋우고, 사물놀이 공연이 해외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우리 전통 문화의 예술적 가치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소위 ‘춥고 배고픈’ 문제로 인해 국악인들의 저변 확대가 아쉽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국 시·도의 국악 전공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 해결 △각 지역의 정체성 있는 국악의 활성화 △지방 행사 수요에 대한 부응을 위해 각 지자체에 여건에 맞는 가칭 ‘국악예술단’을 설치하는 방안 추진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제부터인지 국악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에서 KBS의 ‘국악 한마당’을 제외하곤 거의 다 사라진 것과 관련해 강 의원은 “우리의 소중한 전통 문화예술인 국악을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이나 상업 방송 등에서 국악 프로그램을 많이 늘렸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국악 방송’의 활성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전통국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태어나서 중학교 시절까지 자란 곳이 전북 남원이고, 고향에서 늘 판소리와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레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년 봄철이면 남원시 광한루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85회로 이어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춘향제전이 열린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국악인들이 참여하는 국악대전이 개최되고 수많은 명창이 배출돼 왔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과 생활 속에서 판소리를 자주 접하면서 자라왔기에 자연스럽게 판소리 가락을 흥얼거리고, 추임새에 어깨를 들썩거리던 기억이 새롭다. 고향에서 흔히 들었던 판소리를 이제는 공중파 방송에서조차 듣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다. 홀대받은 우리 소리를 살리고, 후손들에게 조상의 얼을 전승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심하다가 국악인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지난 2013년 11월 ‘전통국악진흥법 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만들어 대표발의 했다.”

판소리는 전승 지역의 특징에 따라 구분하며, 동편제·서편제·중고제 등이 있다. 이 중 서편제는 지난 1993년 이청준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서편제’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이 영화는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 한을 맺고 푸는 사람들의 삶, 우리 소리의 느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영상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소리의 뛰어난 예술성을 알리는 데도 성공해 관객 113만 명을 동원하며 당시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주연을 맡은 미스 춘향 진 출신의 영화배우 오정해를 일약 스타로 발돋움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반면 동편제는 지역적으로 볼 때 전라도 동쪽 산간인 남원과 구례 등에서 전승됐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강 의원은 “예로부터 남원은 춘향전, 흥부전의 배경지로 국악의 성지였다. 특히 남원시 운봉읍 비전마을은 동편제 판소리를 확립해 동편제의 시조로 꼽히는 가왕(歌王) 송흥록 선생이 태어난 곳이자 명창 박초월 선생의 소리 고향이기도 하다”고 전하면서 음악적 요소에서도 동편제와 서편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동편제는 웅장한 느낌의 우조가 주조를 이루고 서편제는 서글픈 느낌의 계면조가 주조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동편제가 담백웅장하다면 서편제는 화려하고 기교를 부리는 것이 특징”이라며 “동편제는 양반식자들이 선호했고 서편제는 서민 취향이다. 동편제 창법에 잘 어울리는 것은 적벽가이고 서편제 창법에 맞는 것으로는 심청가를 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강 의원은 전통 국악이 보존되고 대중 속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국악인들의 남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서슴지 않았다.

“국악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육성책 마련과 함께 국악인의 노력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동안 일반 대중문화에 비해 홀대받고, 차별받는 전통 국악의 육성을 위해서는 공연 확대 및 공연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지원 등 다양한 육성지원책도 필요하지만 전통의 계승 및 보존이 중요하다. 대중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 등 크로스오버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항상 국악의 기본은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대중화를 통해 많은 분들께 국악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악의 전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는 창작 활동을 통해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도 우리의 소중하고도 가치가 뛰어난 문화예술을 지키고, 전승한다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강 의원은 국악과 정치의 뗄 수 없는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판소리 등 국악에는 서민의 애환이 담겨져 있다. 판소리 소리와 가락에는 백성들의 한이 서려 있고, 서민들의 생활상도 녹아 있다. 사랑과 공경,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그야말로 우리 정치가 지향하는 민생문제가 판소리의 소리와 가락에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구성진 판소리 가락처럼 정치도 국민의 삶을 표현하고 잘 대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예술과 정치가 밀접하듯 대한민국의 정치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예술인 국악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성진 국악 가락처럼 정치의 추임새에 맞춰 국민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서민의 애환을 가락에 담듯 화합과 선율의 정치가 되었으면 한다.”

강 의원은 전통 국악인들과 꾸준히 친분을 나누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998년 가야금 산조와 병창 보유자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돼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창인 남원 출신의 안숙선 명창과 자주 접하면서 전통 국악의 육성과 전승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을 비롯한 여러 국악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강 의원은 최근 모 언론단체의 ‘의정대상’을 받았다. 그의 공적 사항에는 ‘홀대받는 전통 문화와 전통 발효 식품 등에 대한 지원 확대 노력에 앞장서 왔다’고 적혀 있다.

“전통 국악은 앞에서 말씀 드렸듯 근거법조차 없는 현실이고, 전통 발효 식품도 마찬가지다. 현재 김치, 전통주, 차(茶)에는 별도의 육성법이 있으나, 우리 식문화의 원천이자 한식의 기초 재료가 되는 고추장, 된장 등 전통 발효 식품에는 육성법이나 국가 차원의 별도 연구소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전통 발효식품 산업진흥 법안’을 여·야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 했다.”

강 의원은 2007년 농수산물유통공사 상임감사로 재직할 때 ‘전자 감사 시스템’을 정부의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시켜 공공기관 혁신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각종 편법과 탈법, 반칙의 관행으로 얼룩진 공기업의 실상을 세상에 폭로한 ‘철밥통 공기업’(2011)이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각종 비리, 비효율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상임감사로 재직하면서 각종 편법과 탈법, 반칙의 관행으로 얼룩진 공기업의 단면을 보았다. 풀풀 썩은 내가 풍기는 공기업의 실상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 재직 3년간의 경험과 일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현 정부도 공기업 개혁 등을 주요 국정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그 성과가 부진하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산하 기관의 요직으로 옮겨가는 ‘낙하산 인사’를 관행처럼 해 오고 있는 ‘관피아’에 대한 따끔한 충고 역시 잊지 않았다.

“세계적인 범죄 집단인 마피아를 빗댄 ‘관피아’는 그만큼 요직을 싹쓸이하고, 해당 업계와 유착해 각종 비리와 부정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어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피아가 산하 기관과 공기업으로 내려가 전횡을 일삼거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강 의원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서류 더미와 공허한 주장에 그치는 탁상 정치가 아니라 민생 속으로 정치인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본다. 항상 유권자들과 가슴을 맞대고 소통하고, 교류하며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그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수렴해 의정 활동에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며 “늘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잃지 않은 채 농민과 서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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