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운전하고 승하차까지 가능한 로봇 ‘휴보’(사진: DRC휴보팀)
전통적으로 미국과 일본에 비해 로봇 기술이 뒤처졌다고 알려진 대한민국 로봇의 세계대회 석권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역사적 낭보의 주인공 ‘휴보’는 ‘휴머노이드(Humanoid)’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지난 2004년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소장인 오준호 교수가 중심이 되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로봇이다.
휴보는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에서 열린 ‘DARPA 로보틱스 챌린지(DRC)’ 결선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DARPA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 기관이 주최하는 DRC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처럼 방사능이 누출되는 극한의 재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대회다.
참가 로봇은 차량 운전 및 하차, 밸브 돌리기, 장애물 돌파하기 등 8개의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60분 내에 8개의 미션을 가장 빠른 속도로 많이 수행한 팀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6개국 24개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휴보는 모든 미션을 44분28초(8점)로 통과하는 호성적으로 우승을 차지, 200만달러(약 22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2위는 미국 플로리다대학 IHMC 로보틱스 팀이, 3위는 카네기멜론대학 타탄 레스큐(Tartan Rescue) 팀이 차지해 각각 100만달러, 5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뜻하지 않은 복병 한국팀이 쟁쟁한 미국·일본팀들을 꺽고 우승을 차지한 것에 대해 의혹어린 시선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로봇들이 대부분 이족보행 방식으로 이동한 것과 달리 휴보가 평지에서 무릎을 꿇고 바퀴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이동한 것을 경쟁팀들이 ‘편법(Cheating)’이라 비난한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하지만, 바퀴를 활용한 팀은 카이스트팀 외에도 있었고, 상황에 맞게 적절한 전략을 채택했다며 칭찬하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휴보가 갈채를 받은 장면은 차량 하차시 팔로 문틀을 잡고 매달린 상태에서 미끄러지듯 빠르고 자연스럽게 내려올 때였다. 마치 인간의 동작을 연상케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타 로봇들과 확연히 다른 면모였다.
카이스트팀 외에도 3위를 차지한 카네기멜론대학 타탄 레스큐 팀을 비롯한 10개 팀이 한국산 로봇 휴보의 본체나 부품을 사용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 로봇기술이 전통의 강자 일본, 미국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준 사례다.
한편, 이 대회에 참가한 모든 로봇들은 “지켜보는데 굉장한 인내심이 요구된다”고 밖에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굼뜬 움직임을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로봇들임에도 보통 사람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는 역부족이었던 셈.
속도 문제를 비롯, 아직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가장 빠르게 해결하고, 실제 재난 현장에서 가장 멋지게 활약하는 최초의 로봇. 그 영예의 자리도 카이스트팀의 휴보가 차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