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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제2모뉴엘 '후론티어'…신한·우리 웃고, 기업·SC 울었다

일천억대 불법대출 위장수출…같은 수법에 또 당한 은행들 ‘유구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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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6.17 08:43:13

▲제2모뉴엘 사건으로 불리우는 금형업체 후론티어의 불법대출과 위장수출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한·우리은행은 비껴간 반면 기업·SC은행 등은 이번에도 당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 (CNB포토뱅크)

금형업체 ‘후론티어’의 A대표가 지난 11일 일천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사법당국에 구속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제2모뉴엘 사건’에서 신한·우리은행은 비껴간 반면 기업·SC은행 등은 이번에도 당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루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무역보험공사·기업·SC 가짜 서류에 또 당해
신한은행만 불법 대출금 전액 회수 
모뉴엘 비켜간 우리銀, 이번에도 미소 

관세청에 따르면 A대표는 수출품 가격 조작 및 위장 수출을 통해 1522억원의 무역금융을 부당 대출받고 28억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관세법 및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플라스틱 TV 케이스 가격을 부풀려 위장 수출하는 방법을 썼다.

원가가 2만원에 불과한 TV케이스를 수출신고 서류에 2억원으로 기재, 허위로 수출하고 수출채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기업·SC·국민·신한은행 등으로부터 부당하게 대출(1522억원) 받았다.

A대표는 수출채권 만기가 돌아오면 위장 수출입을 반복해 ‘돌려막기’ 식으로 갚았고, 대출 심사가 까다로우면 거래은행을 바꿔가는 치밀함도 보였다. 대출금 중 미상환 금액은 300억원대에 달하는데, 기업은행이 264억원의 대출금액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또 SC은행은 22억원, 국민은행도 약 10억원 미만의 대출잔액이 남아있다.

하지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한숨 돌렸다. 신한은행은 낌새를 채고 일찌감치 대출금을 회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CNB에 “해당 기업과 거래를 했지만 2014년 9월에 잔액을 모두 회수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아예 빠졌다. 앞서 모뉴엘 사건 때도 우리은행은 4년간 850억원 규모를 대출해줬으나 수상함을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전액 회수 조치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모뉴엘과는 달리 (후론티어와는) 대출 실적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뉴엘 사태와 많이 닮았다.

홈시어터 PC 등을 내세운 가전업체 모뉴엘은 2007년 10월~2014년 9월까지 10개 은행으로부터 약 3조원 가량을 불법 대출받아 금융권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모뉴엘의 시중은행 10곳 여신규모는 총 6768억원으로 기업은행 1508억원, 산업은행 1253억원, 수출입은행 1135억원, 외환은행 1098억원, 농협은행 753억원, 기타(수협·SC·대구·부산은행) 261억원이다.

사기 행각을 벌이던 모뉴엘은 은행에 수출환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결국 파산선고가 내려졌다. 모뉴엘이 거짓 수출서류를 작성한 뒤 이를 통해 수출채권을 발행, 금융권에 할인 판매하는 수법은 후론티어에서 ‘데자뷰’로 나타났다. 

수출채권이란 거래처에 납품하는 가정에서 추후에 돈을 받기로 하고 현금 대신 수출환어음으로 결재 받는 것을 이른다. 

모뉴엘은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로부터 보증서(선적후신용보증)를 발급받았고, 수출채권을 가지고 은행에 매각하거나 담보로 잡혀 돈을 대출 받았다. 후론티어도 무보에 무역금융 한도를 신청, 무보는 약 140억원 규모의 보험과 신용을 제공했다. 이어 후론티어는 수출을 한 것처럼 조작해 은행에 제출하면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즉 무보와 은행들이 수출액을 부풀려 작성한 서류를 허술하게 심사하다가 또 다시 당한 것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모뉴엘에 이어 후론티어에도 가장 많은 대출금이 물려 있어 회수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CNB에 “부동산이나 담보는 물론 무보에 이행청구 등으로 회수를 진행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이번에도 똑같은 사건이 터지자 내부정비를 강화하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이번 사건이 터진 직후 있은 한 대학 강연에서 “모뉴엘 사태 이후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였는데 또 이렇게 돼 유감”이라며 “내부통제, 리스크감리 등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실패 경험에서 교훈을 얻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 행장은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모뉴엘 사태 등을 계기로 여신 모니터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현장중심의 관리를 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은행 측은 “(후론티어에) 10억원 미만의 금액이 남아 있지만 담보가 잡혀있다”며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 모뉴엘 사건과 관련해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무보의 감독을 강화하고 100만달러 초과건에 대해 수출계약 진위 확인을 의무화해 허위수출을 통한 무역금융 편취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은행의 수출채권 매입시 수출물품 인수증빙서류, 거래계약서, 운송증, 선하증권 등 관련 기본 증빙서류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무보의 보증비율을 현재 100% 전액 보증에서 기업규모에 따라 차등 보증하는 부분보증제를 시행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가 제3·제4의 모뉴엘 사기를 막을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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