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개방에 앞장선 대구·경북·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사진=CNB포토뱅크·연합뉴스·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삼성그룹과 LG그룹이 소속 계열사들이 보유한 특허 9만2000여 건을 중소·벤처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전격 개방하면서 박근혜표 창조경제 플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전국 각지에 세워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대기업과 지방의 중소·벤처기업을 연계시킨 이 실험이 이번 특허개방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CNB=정의식 기자)
중소·벤처에 ‘비밀병기’ 전격 개방
대구·경북·충북 창조센터 통해 지원
미적대던 현대차·한화·효성 등 자극
▲삼성과 LG의 특허검색 화면(사진=대구·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LG그룹도 지난 4월 17일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명과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하우시스, LG화학, LG실트론, LG CNS 등 10개 계열사의 특허 5만4036건을 중소·벤처기업들에 개방하기로 했다. 무상 제공 특허수는 5509건이다.
두 그룹은 특허 분야의 전문인력을 담당 창조경제혁신센터에 파견해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특허를 제대로 찾아 쓸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삼성이 제공하는 특허들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의 ‘특허개방-특허검색’ 메뉴를 통해 검색이 가능하다. LG의 특허들은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IP서포트존’ 메뉴를 통해 제공된다.
실제로 특허검색을 시도한 결과 개별 특허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상세하게 제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의 특허검색에서 개별 특허를 선택하면, 해당 특허의 간략한 정보는 물론 ‘공개전문’과 ‘공고전문’을 PDF 파일로 확인할 수 있다. 등록비 등 기타 행정정보도 상세히 제공된다. 특허청 산하 한국특허정보원이 운영하는 ‘특허정보넷 키프리스(KIPRIS)’와 연계된 정보들이다.
LG 역시 비슷한 특허검색 기능을 제공하지만, 한발 더 나아갔다. 국내 특허정보를 키프리스를 통해 제공하는 한편, 특허분야 전문기업 ‘위즈도메인’의 해외특허 검색 시스템을 연계하여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태리, 중국, 일본 등 해외 7개국 특허정보까지 원문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LG는 해외 특허정보까지 상세히 제공한다(사진=위즈도메인)
삼성전자는 유상으로 개방된 특허를 중소기업이 사용함으로 인해 발생한 수입의 일정 부분을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한다는 ‘선순환’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LG 역시 단순히 특허 공개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LG는 공개한 특허를 중소·벤처기업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장비와 기술 노하우를 지원하는 ‘생산기술 서포트존’을 충북혁신센터에 설치했다. 중소·벤처기업이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생산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4월 충북 혁신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혁신은 혼자의 힘으로 하는 것보다 상생협력을 통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다”며 “중소·벤처기업이 보다 실질적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성과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삼성과 LG가 중심이 되어 엄청난 규모의 특허정보를 중소기업에 공개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현재 정부의 창조경제 육성전략은 각 지역에 설립중인 17개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주요 대기업들이 지자체, 중소기업들과 연계해 지역 내 창조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때문에 현대자동차, 한화, 효성, CJ, KT, GS, 롯데, SK, 두산 등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를 맺은 다른 대기업들도 조만간 삼성, LG처럼 특허공개를 통한 벤처·중소기업 지원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부분적인 특허공유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개방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자칫 보여주기식 사업에 머물 우려가 있는 창조경제플랜에 상당한 자극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