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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메르스가 기준금리 결정짓나… 한은 깊어가는 고민

미국 금리인상 코 앞…메르스 악재에 이도저도 못하고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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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6.10 09:41:36

▲지난 5월 1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인하냐 동결이냐를 놓고 한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한은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4월·5월 두 달째 1.75%로 동결한 상태다.

인하 효과를 지켜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경기회복세가 더딘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0%로 낮추면서 “기준금리를 더 내리지 않으면 이마저도 달성키 어렵다”고 밝혀 인하 압력에 직면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KDI와 생각이 비슷하다”며 인하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4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3% 감소했고,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나 줄었다. 더욱이 메르스라는 악재가 경제성장에 먹구름으로 작용, 인하론이 대세로 가는 분위기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강연회에서 메르스와 관련해 “소비, 투자심리 위축 등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생산·투자 등 기업활동과 관련한 지표들이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아직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하고, 엔저·유로화 약세 장기화 및 전 세계적으로 교역이 둔화돼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 경기를 회복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美금리인상 전 마지막 기회

메리스 여파와 더불어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함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9일 글로벌 리서치를 통해 “오는 9월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을 토대로 주기가 일단 시작되면 한은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부진한 경기 지표가 금리인하 압박을 더하고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기가 계속 둔화하고 있어 한은이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11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다.

향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빠져나가는 달러를 붙들기 위해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최저금리 시대에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렸다가 나중에 다시 올릴 경우 결국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리게 된다.

금융사들 수익악화 걸림돌

계속되고 있는 금융권의 수익악화도 걸림돌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내리면 하나·신한·우리·KB 등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이익이 최소 2760억원에서 최대 6848억원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예대마진(예금-대출 사이의 수익)이 크게 줄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태인데 금리가 더 내려갈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가 9일 채권 보유·운용관련 종사자 11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가계부채 증가 문제와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는 82명으로 전체의 70.1%를 차지했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응답자는 29.9%였다.

금투협은 조사결과 기준금리 동결 인식이 높지만, 국내 경기부진 우려와 금리인하 기대감이 같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한 ‘2015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시장금리가 예상 외로 큰 폭 상승하면 가계·기업, 금융기관의 채무상환부담이 증가하고 투자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충격이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어 실물경제를 다시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기준금리 결정을 목전에 두고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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