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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美헤지펀드 되레 백기사 됐나

‘엘리엇의 반란’ 알고 보니… 매수청구권 행사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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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6.08 17:05:08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축이 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美헤지펀드가 목소리를 내면서 새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축이 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양날의 칼’ 앞에 놓였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량 매입하면서 주가가 철렁이고 가운데 이들이 흑기사가 될지, 백기사가 될지를 점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검은머리 한국인’까지 가세한 치열한 머니게임 속에 주주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CNB=도기천 기자)

국민연금·외국인, 삼성물산에 ‘양날의 칼’
헤지펀드 주가상승 부추겨 되레 ‘긍정의 힘’
주식급등에 매수청구권 행사 가능 낮아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경영승계와 사업재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삼성그룹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삼성그룹의 큰 그림은 ‘삼성’을 뿌리로 세 줄기로 분화하는 ‘3분(分) 전략’이다. 외아들인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등 주력 부문을, 장녀 이부진(45) 사장이 유통·레저·서비스 부문을, 차녀 이서현(42) 사장이 패션·미디어 부문을 맡는 체계다.

2013년 연말부터 본격화된 삼성 주요계열사간 인수합병은 전광석화(電光石火)에 비유된다.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핵심계열사들이 채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줄줄이 합병·이전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제일모직의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겼으며, 남은 제일모직의 소재 사업은 삼성SDI와 합병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또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했다. 삼성SNS는 삼성SDS와 합병하고,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사에 매각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을 통해 화학 계열사도 어느 정도 정리됐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금융부문의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도 이어졌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이다. 지난해 11월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된데 이어 제일모직도 뒤를 이어 상장했다.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은 삼성가(家) 3세들의 경영승계와 맞물려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 장녀인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 차녀인 이서현(42) 제일기획 사장.(왼쪽부터)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23%,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7.74%, 이건희 회장이 3.44%를 보유해 오너 일가 지분이 42.2%에 달한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다.

이부진 사장은 현재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CEO와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겸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합병 회사를 맡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수겸장’이 필요하다. 동생(제일모직)이 오빠(삼성전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다 합쳐도 17% 남짓하다. 

삼성가는 이 문제를 풀기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택했다.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이 오너가 지분이 42.2%에 이르는 제일모직과 합병하면, 이 부회장은 자연스레 삼성전자에 대한 간접적 지배력이 커지게 된다.

구체적인 방식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합친다는 것. 하지만 이런 합병비율을 두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설정한 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낮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춰 합병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은 오너와 그룹 계열사가 가진 지분을 다 합쳐도 13.57%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1.37%), 삼성SDI(7.18%), 삼성화재(4.65%), 삼성생명(0.15%), 삼성복지재단(0.14%), 삼성문화재단(0.08%) 등이다.  반면 외국인과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은 50%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물산 상장주식의 가치가 12조원, 여기에 삼성전자 지분가치와 부동산 등 유무형 자산을 따지면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있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가 최대변수로 등장했다. 삼성그룹 본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반대 매수’에 덩달아 춤춘 주가

불만은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로부터 시작됐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 중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지분 보유를 공식화한 직후인 지난 4∼5일 이틀간 외국인이 사들인 삼성물산 주식은 1783억원어치에 달했다. 외국인 지분은 3일 32.11%에서 5일에는 33.69%로 늘었다.

엘리엇은 9.79%의 지분을 보유한 1대주주 국민연금을 비롯,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 합병 반대에 함께 해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 삼성물산에 현물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 제일기획 지분 12.1%, 삼성SDS 지분 17.1%, 제일모직 지분 1.4%, 자사주 5.76% 등 14조원대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 주식을 나눠달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는 수준일 뿐이다. 주주들이 가진 실제적인 무기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총회에서의 특별결의사항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갖는 주주가 회사에 대해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이 제도는 회사의 분할, 합병, 영업 양도 등에 있어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금전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회사가 공정한 가격으로 이들의 보유주식을 매수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통상 두 회사의 합병이 알려진 시점을 전후해 양사의 주가가 상승하면 주주들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소량만 매수 청구하는 경우가 주를 이루지만, 반대로 합병 전망이 밝지 않아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밑돌 경우 대량 매도(매수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주주들의 매수청구권 행사로 없던 일이 된 전례가 있다. 당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했다.

▲삼성물산 주주현황 (6월3일 기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결의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이 1조5천억원을 넘으면 합병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 약 17%에 해당한다.

하지만 엘리엇 등 반대주주들이 이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미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달 26일 합병발표 이후 10거래일 동안 30%가량 올랐다. 특히 엘리엇이 주식을 대거 매집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양사가 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5만7234원인데 현재 주가는 7만500원(8일 종가기준)이다.

따라서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식을 던질 주주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엘리엇은 오히려 주주들의 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낮춰주는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7.12% 지분을 보유하긴 했지만 상법상 상임이사 추천 등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 하려면 10% 이상의 지분이 필요해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헤지펀드의 성격상 경영관여 보다는 주가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매수청구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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