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2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 부실 정유회사를 인수하면서 1조원대의 국고 손실 혐의를 받고 있는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16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2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검찰청사를 나온 강 전 사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관여 여부에 대해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인수 지시를 받진 않았고 관련 보고만 올렸다”고 말했다. 부실 인수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오전 10시 강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캐나다 자원개발업체인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 추진 과정에 대해 물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에게 NARL의 부실한 시장가치를 제대로 평가했는지 여부와 석유공사의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인수를 진행하지는 않았는지 집중 추궁했다.
석유공사는 2009년 NARL 인수시 1조3700억원을 지급했는데 이는 평가시세보다 3133억원 이상 비싼 금액이다. 하지만 인수 후 적자가 지속되자 2014년 8월 329억원에 매각,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대표적 실패작으로 꼽히고 있다.
인수 당시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와 비슷한 회사규모와 재무구조가 양호한 콜롬비아 자원개발업체 ‘퍼시픽 루비알레스’ 인수를 대안으로 검토하기도 했었다.
하베스트가 당초 계약 조건에 벗어나 NARL까지 함께 인수토록 요구, 협상이 결렬되자 퍼시픽 루비알레스가 유력한 인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은 캐나다에서 협상을 끝내고 귀국 후 하베스트 인수를 추진, 석유공사와 하베스트 간 최종 인수계약이 체결된 것.
검찰은 강 전 사장이 NARL의 시장가치 및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치 않고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해 최대 1조3000억원의 국고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2008년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지만, 하베스트 인수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도 평가에서는 A등급으로 뛰어 올랐다.
강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부 정책과 경제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강 전 사장을 몇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다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