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은 보고서가 온통 주식을 사라고만 권유할 뿐, 팔라는 의견은 실종돼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투자 의견을 제시한 국내 증권사 33곳의 투자 등급 비율을 살펴보면 ‘매도’ 의견은 평균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고서 1000건 가운데 주식을 팔라고 한 의견은 단 3건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매수’ 의견 비율은 평균 87%, ‘중립’(보유)은 12.7%로 집계됐다.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증권사는 단 6곳에 그쳤다. 그나마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국내 증권사 중에서 ‘매도’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4.6% 수준이었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 3.3%, 동부증권 0.9%, 메리츠종금증권 0.8%, 유진투자증권 0.6%, 키움증권 0.6% 등 순이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27개 증권사 보고서에는 아예 ‘매도’ 의견이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투자증권·유화증권·부국증권·흥국증권 등 4개사는 보고서 전체가 ‘매수’ 의견 일색이었다.
주요 10대 증권사만 따로 살펴봐도 메리츠종금증권·한국투자증권을 빼고 8곳(KDB대우증권·대신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현대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대투증권)에서 ‘매도’ 의견은 자취를 감췄다.
이들 10대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율은 0.4%였으며 ‘매수’ 의견 비율과 ‘중립’(보유) 비율은 각각 81.8%, 17.8%였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사정이 달랐다. 노무라·골드만삭스 등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16개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율은 16.5%로 국내 증권사와 많은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중에서 ‘매도’ 의견을 내지 않은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매도’ 의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으로 40.9%였고,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 38.3%, 메릴린치인터내셔날인코포레이티드증권 29.4% 등이었다. ‘매수’ 의견 비율도 전체 투자 의견의 절반인 52.4%, ‘중립’(보유) 비율은 31.1%로 분석됐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부터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 의견을 매수·중립(보유)·매도 등 3단계로 구분해 표시하고 있다, 또 이 같은 투자 의견이 포함된 보고서에 자사의 투자 의견 비율을 기재토록 ‘투자 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온통 ‘매수’ 투성이인 증권사들의 보고서 행태를 개선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