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인상되면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가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자료=CNB포토뱅크)
시중 은행들이 슬금슬금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인 1.75%까지 떨어졌지만 되레 역주행하고 있는 것.
채권시장 불안정에다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은행들은 고정금리 보다 즉시 이자를 올릴 수 있는 변동금리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고정대출금리 슬금슬금 오름세
美금리인상 시 가계 이자 급증
한은, 이래저래 고민 깊어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에 비해 소폭 인상되는 등 고정금리 대출이자가 오름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를 안심전환대출 전후 시기보다 최대 0.53%p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2.95~4.05%에서 이달 초에는 3.28~4.58%로 0.33~0.53%p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4.13%(비거치, 아파트 담보 기준)에서 4.47%로 0.34%p 올랐다.
주택금융공사도 다음달 1일 신규 신청분부터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금리를 0.1%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은행들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끌어 모아 대출해주고 있다. 최근 미국발 금리인상 시사 소식과 더불어 안심전환대출용 주택저당채권(MBS) 발행이 증가하는 등 많은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다 보니 팔기 위해 채권금리가 상승,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4월 중순 이후 국고채 금리가 상승해 조달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자 은행들은 발빠르게 변동금리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통상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고정금리를 고객에게 권한다. 반면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를 추천한다. 특히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고정금리 비율이 어느 정도 확보됐고,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변동금리 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은행들이 수익 올리기에 힘을 쏟는 동안 가계대출규모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534조9000억원으로 전달 보다 8조8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전달 증가폭인 4조원의 2배 이상 규모다.
금감원은 무주택자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주택매입에 나선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바닥을 치고 있는 금리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핵심은 달러화의 움직임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빠져나가는 달러를 잡기 위해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22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내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금리인상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가계부채의 고정금리 비율이 30%, 나머지 70%는 변동금리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가계는 직격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반드시 한국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지난 26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는 “옐런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자금흐름을 잘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레 태도를 바꿨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