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05.26 18:44:04
따라서 ‘김상곤호 혁신위’ 공식 출범을 하루 앞둔 26일 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혁신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선 공천 개혁 등과 같은 쇄신안을 마련하기보다 당 내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갈등의 요소부터 우선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 내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계속된다면 아무리 좋은 혁신안이 있더라도 무용지물이라는 인식 때문이며 특히 혁신위 출범 직후부터 ‘공천’ 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다 개혁 대신 갈등만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므로 김 위원장은 어설프게 세부 혁신안을 내보이거나 작업을 서두를 경우에는 오히려 혁신위 활동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혁신안을 ‘장기과제’ 삼아 천천히 논의를 진행하되 그만큼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당분간 속도전보다는 큰 혁신 방향에 대해 두루 의견을 수렴하는 등 튼튼한 기초공사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관심이 집중된 기구 인선에 있어서도 ‘혁신의 큰 방향을 먼저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인선을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미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 등의 참여 등이 주목을 받고 있어 아예 논의가 없을 수는 없지만, 구체적인 인사들의 이름을 더 거론하거나 내·외부 인사를 얼마나 배분할지, 계파별 안배를 어떻게 할지 등은 혁신안이 구상되면 여기에 맞춰가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에 김 위원장 측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진도 초기며, 혁신방향 고민이 충분히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쌀이 없는데 밥을 지을 수 없지 않은가”라고 말해 ‘신중모드’가 길어지면서 금주 안에는 인선이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활동 초기부터 계파별·지역별 공천 등을 언급할 경우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부담에 따라 ‘호남 의원 물갈이’, ‘다선 용퇴’ 등 구체적인 공천개혁안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 측은 “아직 계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선 용퇴론 등은 예전에 나왔던 개혁안이다. 똑같이 해서 되겠느냐”고 폭넓게 보완책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27일 최고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추인을 받고 지도부들과 혁신안을 논의한 뒤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안의 큰 구상을 소개할 예정이다. 동시에 상임고문단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초재선 의원 모임이나 평당원 모임 등을 추진하는 등 각계각층을 만나 '듣는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음달 2일 예정된 의원워크숍에서도 의원단에게 보다 구체화된 혁신안을 알리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처럼 친노진영을 대상으로 한 ‘육참골단(肉斬骨斷)론’까지 언급되는 등 쇄신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이처럼 ‘뜸들이기’가 길어지면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과 함께 결국 이번 혁신안 시도 역시 ‘미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신중을 기하되, 필요한 때에는 깊숙한 환부까지 칼날을 휘두르겠다”면서 걱정을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당 지도부 역시 일단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기로 한 만큼, 그의 행보를 조용히 지켜보면서 필요한 때가 되면 ‘깊이있는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는 최고위가 수권하는 사항에 전권이 있다. 결정 사항을 최고위가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혁신위가 구성되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김 위원장도 혁신위원장 자격으로 직접 말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혜영 공천혁신추진단장도 기자들과 만나 “추진단이 당헌당규에 의거한 혁신을 한다면, 혁신위는 모든 것을 새롭게 논의하는 것”이라며 “혁신위가 결정을 내리면 추진단은 여기에 맞춰 (공천안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