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5.18 17:14:26
교육부가 학교법인 상지학원에 김문기 상지대 총장 해임을 재심의를 요구하는 등 학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한 신정길 씨. 신 씨는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으로, 이번 가을학기 때 졸업 예정이다. 2007년 상지대에 입학한 후 9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되지만, 발걸음은 그다지 가볍지 않다. 목전에 닥친 취업도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후배들도 눈에 밟히는 탓이다. 특히 '일선 고교에 입학홍보를 나가면 상지대에는 관심도 없다'는 학교 관계자의 한숨 섞인 이야기를 들은 후 '이러다 모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학내혼란을 조장하는 정치교수들은 상지대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들은 학우들을 학원탈취의 도구로 이용했어요. 더 이상 학우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정길 씨가 총학생회에 가입한 것은 대학 1학년 때. 신 씨는 부모님과 주변의 권유로 상지대에 진학했다. 국회의원 출신이 설립한 대학교로 강원도 중심도시에 위치한 명문사학이고 재정능력도 충분해 졸업 후 취업이나 사회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서다. 하지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지난 후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당시 총학생회장과 역대 학생회장들이 참석해 김문기 총장은 '나쁜 사람'이고, 과거 어떻게 투쟁을 했는지 이야기를 해요. 상지대를 민주화해야 한다고요. 세뇌를 당하는 거죠.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순진한 학생들 입장에서 교수들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거든요. '좋은 학교를 만드는 일에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된 거죠"
신정길 씨는 총학생회 기획국장을 맡아, 1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6월 또는 11월 대동제 기획 및 예산수립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크고 작은 학내외 행사를 담당했다. 학내 구성원들, 즉 학생과 교수, 교직원과 만남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다.
신정길 씨에게 지난해는 악몽같은 한 해였다. 두 번의 전혀 다른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학생들은 수군거렸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성적도 곤두박질했다. 이번 학기를 더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8월 말쯤이었어요. 김문기 총장 선임이 확정된 상태였는데, 김문기 총장의 학교정상화 계획을 알게 됐어요. 제가 바라던 것이었죠. 학생들의 복지를 늘리고 학교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었거든요. 저는 그 누가 총장으로 선임되든 학교에 발전과 비전을 가져올 사람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김문기 총장을 지지하게 됐죠"
10월 첫 기자회견은 정 모 교수 등의 독려로 익명을 보장받고 진행했다. 총장 부속실 직원인 조 모씨로부터 돈을 받고 총학생회와 교수들의 회의 내용을 녹음한 파일들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익명은 보장되지 않았다. 당시 국제행사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었던 터라 사정사정해 겨우 시간을 내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나 학교에 돌아왔을 땐 총학생회는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 알고 있었다. '스파이'라는 등 소문과 함께 수군거리는 소리로 인해 수업은 물론 학교에 가는 게 힘들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자발적으로 기자회견을 다시 진행했다. 12월의 일이다.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도, 교수들과 총학생회측과도 정반대되는 생각과 행동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교직원에게 돈을 받고 교수와 학생들의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는 기자회견은 학내 혼란을 주도하는 일부 교수들의 사주와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는 저처럼 불행한 후배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문기 총장이 재직하는 지금이 상지대가 발전하고 명문사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학생들은 상지대 발전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과 발전을 가로막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분명히 판단해야 합니다. 학내혼란을 조장하는 비리 정치교수들은 상지대에서 즉각 물러가야 합니다. 학우들은 김문기 총장의 책임경영을 환영하고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신정길 씨는 현재 응용물리전자과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학문을 수학 중이다. 장래목표는 전공과 많이 다른 특수체육이다. 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웃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신 씨의 소박한 소망이다. 군 전역 후 2년 간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사회생활을 한 게 새로운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 현재 장애인체육에 관심을 갖고 취업처를 물색 중이다.
"학교 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참 많아요. 학과 수업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라고 당부를 하죠. 상지대가 후배들에게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한편 상지대학교 총학생회 신정길 전 기획국장은 18일 오전 11시 상지대 본관 앞에서 8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정치교수들은 학우들을 학원탈취 목적이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 것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