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고문이 비록 정계를 떠났다고 하나 야권의 전통지지 기반인 호남은 물론, 경기지사를 역임해 수도권에서도 지지층이 두텁기 때문에 그의 정계복귀를 요청하며 거처를 찾아가거나 회동을 추진 중인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구원등판론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지난해 7·30 수원 팔달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7개월째 전남 강진의 흙집에 칩거 중으로, 당분간 ‘하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그냥 두지 않는 모양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비노계 인사인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손 전 고문에 대한 일각의 복귀 요구와 관련해 "야당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분들이 최대한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를 하는 것은 저희 당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 의원은 이 같은 요구를 하는 배경에 대해 "아무래도 문재인 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했는데 요새 실망감을 주었기 때문에, 또 다른 대안을 찾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까 손 전 고문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며 "하여튼 저희 당에는 많은 대권주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역할을 다 해서 당을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해야 되겠죠"라고 말했다.
또한 문 의원은 '손 전 고문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정치 경륜이 좀 많고 좀 더 폭넓은 정치를 해 왔기 때문에, 그런 점이 평가받는 것 아닌가 한다"고 밝혀 4·29 재보선 이후 비노계가 문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해 제기하는 책임론과 맞물려 주목된다
따라서 만약 손 전 고문이 정계에 복귀할 경우 비주류의 유력한 구심점으로서 친노 중심의 당내 역학구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손 전 고문이 경기 분당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새 거처를 마련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복귀설에 또 다른 '소재'가 되는 등 일각에서는 최근 그의 행보를 예사롭게 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손 전 고문은 둘째 딸이 구기동에 살고 있다는 점도 구기동에 집을 마련하게 된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구기동은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 있는데 종로구는 과거 손 전 고문의 지역구여서 그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정치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명목상으로는 2011년 4.27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 당시 마련했던 분당의 아파트 전세계약이 만료됐다는 이유가 있다.
이처럼 손 전 고문의 복귀설이 고개를 들면서 책을 읽으며 자서전 집필을 준비 중인 손 전 고문 측의 만류에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지인과 방문객이 너무 많아 요즘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자주 이 토담집을 찾았다는 한 측근에 따르면 어버이날을 막 지난 전날에 지인과 방문객이 100여 명이 찾아 조용한 산중 토담집에 웃음이 넘쳤다고 한다.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방문객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토담집 아래 백련사도 손 전 고문 효과로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유명 사찰 반열에 오르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이 측근은 "어버이날 찾지 못한 지인 등이 문안 인사를 하고자 주말을 맞아 토담집을 방문했으며 싸온 음식물을 마당에 펼쳐 놓고 손 전 고문과 함께 먹자고 권유하는 등 시종일관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그러나 정치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손 전 고문에 대한 야당 인사들의 잇따른 '러브콜'이 높아지면서 지난 대선 공약으로 인간이 기본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가 미완으로 남겨진 '저녁이 있는 삶'을 완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단 손 전 고문의 복귀설에 대해 한 측근 인사는 "손 전 고문을 기억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본인이 산에서 내려갈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장에 전혀 변함없다"고 복귀설을 일축하는 등 거듭 손사래를 치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손 전 고문의 측근 의원인 신학용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전 고문이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손 전 고문은 뒤에서 우리 당을 돕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측근들 사이에서는 손 전 고문이 '야당의 무덤'으로 알려진 분당을과 수원 팔달에 구원 출마 하는 등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불쏘시개'역할을 해왔지만, 당은 희생만 강조한 점을 들어 섭섭함을 표시하면서 손 전 고문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정세균 상임고문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손 전 고문의 '구원등판론'과 관련해 "당내 갈등이나 정쟁의 결과로 손 전 고문이 주목받는 것은 본인도 원치 않을 것"고 전제하면서도 "손 전 고문은 새정치연합이 국민 신뢰를 받고 제 역할을 하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랄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도울 일이 있다면 돕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구원등판론'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정 고문은 "손 전 고문은 정치를 오래 하고 정치적 자산도 굉장히 많이 갖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정치적 지혜를 빌리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정계복귀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손 전 고문이 판단할 문제이고, 국민의 관심이 어떠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