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05.17 12:35:29
지난 3월 29일 취임 50일 당시에는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간담회까지 열며 자축했던 것과는 달리 100일은 당 지지율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지지율도 추락하는 등 극심한 계파갈등 속에 당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등 당의 미래를 예견할 수 없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해 기념행사는 현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한 핵심관계자는 17일 CNB뉴스와 통화에서 “취임 100일이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자축할 수 있겠는가.”라며 “지금은 5.18 전까지 당의 쇄신방안을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0일이라는 형식을 빌려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전혀 예정된 것은 없다. 광주 방문 후에도 당분간은 당 상황 수습을 위한 쇄신안 마련에 열중할 계획”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15일 내놓은 ‘초계파 혁신기구 카드’에 대해 당내 비노 진영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이들을 차례로 설득해 갈등 봉합을 시도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또한 인적쇄신을 위한 당직개편과 최고위원회의 정상화 등 당 안정화 작업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문 대표가 ‘공천권 요구에 타협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가 비노진영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처하고 계파간 불신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는 점에서 문 대표의 수습노력이 ‘약효’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표 개인으로서도 본인이 전당대회 전 언급한 ‘세 번의 죽을 고비’중 전당대회에서 승리함으로써 첫 번째 고비는 넘겼지만 두 번째 고비를 넘기기는 자칫 발을 헛디디면 대권 행보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을 맞고 있어 결코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지난 2월 8일 닻을 올린 ‘문재인호’는 100일간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갔다.
문 대표는 취임 직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유능한 경제정당'을 앞세워 경제단체나 기업현장을 수시로 찾는 등 수권 가능한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중도층 끌어안기와 동시에 친노인사를 당직에서 배제시키는 등의 ‘탕평인사’를 통해 화합을 강조했다.
그 결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초반대에 머물렀던 당의 지지율은 30%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고, 문 대표 본인도 차기 대권주자 1위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나가는 듯했다.
특히 문 대표는 취임 50일을 기자간담회에서는 “지금까지 5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었는데, 앞으로 50일 더 마늘과 쑥을 먹어야 제대로 변화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수 있다.”며 자신감과 결의를 드러내기도 했으나 이후의 50일은 급반전이었다.
야권에 호재로 보였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졌지만 여권의 ‘특별사면 특혜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스텝이 꼬였을 뿐만 아니라 성완종 파문의 여파 속에 맞이한 4·29 재보선에서 야권분열을 막지 못했고, 민생문제보다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적 실수로 인해 4곳 모두에서 지는 참패를 맞이했다.
전략공천을 배제하고 전 지역 경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의원의 탈당과 출마를 막지 못해 결국 텃밭인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이 ‘함락’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처했다.
재보선 패배 후에는 비노진영을 중심으로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문 대표의 리더십이 급격히 흔들렸고,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파동과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 논란까지 겹쳐 지도부는 기능을 상실하면서 사태 수습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된 문 대표는 ‘쇄신카드’로 승부수를 던지고 계파갈등 수습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야권의 지도자로 우뚝 설지, ‘패장’으로 전락하는 정치적 명운에 처할지 모든 것은 문 대표 자신에게 달렸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