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05.14 18:56:08
이날 정대철·김상현 상임고문과 이훈평 이철 정한용 천용택 최종원 홍기훈 전 의원 등 민주헌정포럼 소속 회원 들이 주축이 된 모임에서는 문 대표와 친노그룹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포럼 간사인 홍기훈 전 의원은 회동 후 “문 대표가 포함된 지도부의 사퇴와 비대위 체제 수립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비대위는 단순히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야권전체를 묶어낼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홍 전 의원은 문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장수가 전쟁에서 패했으면 옛날에는 칼로 목을 쳤는데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대안없이 무조건 물러나라는 것도 문제라는 양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정대철 상임고문은 “호남에서의 패배는 새정치연합 지도부에 대한 경종이자 거부로 보인다. 최근 정청래 의원 막말소동도 있었는데, 더 놀란 것은 자정기능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환골탈태를 역설하면서 친노그룹을 향한 쓴 소리도 서슴치 않았다.
이어 정 고문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 중도 우파까지 포용할 것과 중장년층에 중점을 두는 정당이 될 것, ‘운동권적 강경론’이 당론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할 것 등을 주문하면서 앞으로 수습책을 논의할 소위원회를 구성해 계속 활동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밖에 김방림 전 의원은 “‘친노 대 비노’로 표현해서는 안되며 ‘혁신 대 혁신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권 전 의원은 “호남은 민주당의 성지였는데, 오히려 호남을 홀대하다니 배신행위”라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또한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문 대표가 물러나고 친노 기득권 세력이 자리를 내놓고 창당을 한다는 수준으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비대위의) 창당 방향은 자민련식이 아니라 평민당과 같이 중도개혁 전국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신당 창당을 두고는 “그 문제를 거론하기 보다는 비대위에서 창당에 버금가는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장표명은 유보됐지만, 문 대표의 움직임은 친노 패권주의 청산 요구의 본질이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을 내놓으라”는 ‘문재인 흔들기’라는 친노 진영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계파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 4·29 재보선 수습책을 둘러싼 계파간 인식차가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입장표명 글에는 “패권을 추구하면 그게 누구든 손과 발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다”며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자의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 대표는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은 결코 없다”며 “기득권과 공천 지분을 지키기 위해 당과 지도부를 흔드는 사람들과 부당한 지분 나눠먹기 요구에는 타협하지 않겠다. 굴복하지 않겠다. 과거정치, 기득권정치로의 회귀는 공멸이며 개혁정치로 함께 가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문 대표는 ‘수족을 잘라내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히면서도, 비노 진영의 ‘친노 패권주의 공격’이 내년 총선 공천 지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인식까지 담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당한 지분 나눠먹기 요구’를 ‘과거정치’, ‘기득권정치’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서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도 배어 있었다고 한다.
문 대표는 전날 비노의원 모임인 ‘민집모’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후 “부당한 공격과 흔들기에는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 하겠다”, “나를 계파수장으로 몰아 공천권을 전횡하려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 아니냐”며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 대표의 입장표명 계획은 이날 낮 12시께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인사들과 입장표명 글을 공유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자칫 전면전으로 비쳐지며 분란이 커질 수 있다”며 “시기적으로도 쇄신안을 마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적절치 않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참석자들이 입장표명 내용과 형식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최고위원들과의 논의를 하지 않은 점도 지적하자 문 대표는 오후 1시30분 전병헌, 오영식 최고위원, 양승조 사무총장,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김현미 대표 비서실장, 유은혜, 김성수 대변인 등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일단 이날 입장표명은 ‘없던 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가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의 일부 언론보도가 나간데 대해 당 차원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긴급 대책회의 내용에 대해 “당 내분 사태에 대한 수습을 어떻게 가닥잡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개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인적쇄신을 위한 당직개편 및 이를 위한 정무직 당직자 사퇴 의견 등도 일부에서 거론됐다고 전하면서 쇄신안 발표 시기와 관련, 5·18 전에 시급하게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과 좀 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5·18 전에는 최소한의 로드맵 정도는 내놔야 한다는데 대체적 공감이 이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