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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금호 박삼구 & 호반 김상열’ 드라마틱한 6개월 동거

금호산업 인수전 둘러싸고 대반전…두 사람 결국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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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05.13 15:31:50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연합뉴스)

“둘의 관계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요. 하도 언론이 소설을 써대서 서로 불편했지만… 결과적으로 호반건설이 우군이 됐죠. 아주 잘된 일이예요. 지역상공인들도 무척 다행으로 생각하구요”

13일 광주의 한 기업인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간의 얽힌 인연을 이렇게 표현했다. (CNB=도기천 기자)

호반 도전에 금호 피말린 180일
‘우군→적군→우군’ 반전 거듭
박삼구·김상열 다시 손잡게 돼
향토기업들 “끝내 윈윈한 셈”

두 기업이 금호산업 인수를 두고 벌인 전투는 제대로 드라마틱하다.

금호산업은 1946년 광주택시로 창립해 60~70년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버스 사업에 뛰어들어 ‘금호 신화’를 창조한 기업이다. 토목·건축을 비롯해 공항․물류시설, SOC, 환경, 주택 등 건설 전 분야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다가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지난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현재 채권단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과 재무적 투자자 등 50여 곳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주식 100%를 보유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지배구조와 맞물려 있어 박 회장으로서는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기업이다.

금호는 마지막 순간까지 호반이 백기사가 될지, 흑기사가 될지 몰랐다. 

결과적으로 호반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금호의 백기사가 됐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이 얘기는 지난해 11월 호반이 금호산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 6.16%를 단계적으로 매입했다. 증권거래법상 5% 이상(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을 보유하면 보유목적을 금융당국에 알려야 하고 지분 변동이 있을 때도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5% 넘게 주식을 사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는 호반을 금호산업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점쳤다.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됐다. 호반과 금호는 둘 다 광주에 뿌리를 둔 대표적인 향토기업. 원래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았다.

이 지역 한 기업인은 “둘 다 건설업종 기업들이라 경쟁관계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호반은 주로 아파트분양사업에, 금호는 대형 SOC사업이 주력분야라 서로 부딪힐 일이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관(왼쪽).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호반건설 본사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여론 악화에도 김상열 꿋꿋

호반이 금호를 노린다는 소식에 지역사회가 들끓었다. 금호는 산업기반이 약한 광주에서 지난 70년간 고군분투 해왔다. 지역의 고용창출, 인재육성, 문화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평이다. 또 많은 지역협력업체들과 연관을 맺고 있어 지역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지역 유지들은 금호와 마찬가지로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호반건설이 금호와 맞붙어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했다. 자칫 채권단의 매각가격만 높아주는 결과를 초래할라 우려했다.

그러자 호반은 지난 1월 금호산업 주식 34만8000주(1.21%)를 팔아 수십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단순투자 목적’이었다며 인수전 참여를 부인했다. 박 회장과 지역상공인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는 ‘기분 좋은 상상’이었다. 호반은 인수의향서(LOI) 접수마감일인 지난 2월 25일 의향서를 넣었다.

갖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 4.95%도 모두 매각했다. 당시는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의 인수전 참여가 점쳐지며 주가가 한창 치솟을 때였다.

시장에서는 호반이 남긴 주가 차익이 2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호반 측은 “인수전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인수전에 쓰일 실탄 마련을 위해 주식을 처분했단 얘기다.

이때부터 금호그룹은 초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은 10.4%다. 박 회장이 5.3%(176만446주)를, 박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5.1%(169만5733주)를 갖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으려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57.5%) 중 최소 39.6% 이상의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 ‘50%+1주’ 이상이 확보돼야 경영권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

박 회장은 채권 소유자가 주식을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에 채무자(박 회장)가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보고 1원이라도 더 많은 값을 써내면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가져가게 된다.

따라서 모든 초점은 유력한 경쟁자인 호반이 얼마를 써내느냐에 쏠렸다. 이 즈음에 롯데와 신세계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입찰을 포기했고,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등 사모펀드 몇 곳만 기웃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창업자 박인천(朴仁天, 1901~1984)은 포드 35년형(앞), 내쉬 33년형(뒤) 등 중고 택시 2대를 구입해 1946년 광주 황금동에 ‘광주택시’란 상호로 사무실을 오픈했다. 이때부터 금호고속의 신화가 시작됐다. (사진=금호고속 제공)

호반, ‘노림수’였나 ‘자충수’였나 

지역사회가 다시 들끓었다. 광주경실련, 광주YMCA 등 지역의 유력시민단체 21개로 구성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금호산업 인수는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 문제”라며 “무리한 인수 추진으로 지역 자본의 과도한 역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며 호반을 압박했다.

하지만 김상열 회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에 강력한 인수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호반은 지난달 28일 산업은행(주채권은행)이 주관하는 본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대기업들은 박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 기업간 상도의 등을 생각해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물주(物主)를 잡지 못한 사모펀드들도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호반은 채권단이 보유한 57.5%(약 1955만주)의 지분에 대한 매입가격으로 6천7억원을 써냈다. 이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경영 프리미엄이 붙을 경우 8천억원∼1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산해 왔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 결국 채권단은 밤샘 회의 끝에 호반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에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은 재입찰을 할지, 곧바로 박 회장과 딜을 할 지를 두고 고심했다. 장고 끝에 박 회장과의 단독협상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대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다시 입찰해봤자 시일만 지연될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키는 박 회장이 잡게 됐고, 1조원설도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호반이 써낸 6천억원에서 얼마를 더 받느냐가 관건이 됐기 때문. 박 회장으로서는 호반으로 인해 낮은 가격에서부터 딜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금호고속의 전신인 광주여객 버스(왼쪽)와 현재 서울-광주를 운행중인 고속버스. (사진=연합뉴스)

광주상의 회장 선거 미스터리

그러자 지역사회에서는 ‘실제로는 호반이 금호의 백기사였다’는 말이 돌았다. 이 말이 기업인들 사이에 회자된 것은 단순히 호반이 매각가를 낮춰준 역할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치열한 인수전 시기인 지난 3월, 광주에서는 지역 상공인을 대표하는 광주상공회의소(광주상의) 회장 선거가 있었다. 김상열 회장이 박흥석 당시 회장(럭키산업 회장)에게 도전장을 던지면서 2파전 양상으로 선거전이 전개됐다.

금호계 기업인 금호터미널·금호고속·금호리조트 등이 박 회장을 지원했고, 호반건설 계열인 호반베르디움·호반비오토·호반토건 등이 이에 맞섰다.

하지만 의외로 선거전은 싱겁게 끝났다. 김 회장이 무난히 광주상의 회장에 올랐고, 김 회장은 뜻밖에 금호타이어 대표 출신을 상임 부회장에 앉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광주상의 측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지역기업인들은 호반과 금호 간에 모종의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인 KBS 광주방송을 매각해야 하는 부담, 곱지 않은 지역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광주의 한 기업인은 “김상열 회장이 광주상의 회장을 맡게 되자 이제부터는 (금호산업 인수전의) 중재자 역할로 돌아서는 게 맞지 않느냐는 여론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분구조. (연합뉴스 제공)

광주상의 관계자는 13일 CNB와 통화에서 “당시 과정을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호반이 금호를 도와준 셈이 돼 지역분위기는 아주 좋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한때 박 회장의 경쟁자였던 김 회장이 금호 살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은 호반건설을 금호그룹과 맞서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올렸고 금호산업 지분 매도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뒀으며 광주상의 회장 자리도 무리없이 차지했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가격 문제로 매각이 지연될수록 손해라 채권단 내에서는 박 회장과 적정선에서 타협점을 찾는 게 이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호산업이 우발채무가 많은데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급 보증 등으로 인한 손실 예상액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점도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노련한 박 회장이 PF 우발채무를 금호산업의 인수가격을 깎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 단독 협상을 벌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 조만간 찬·반 서면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투표에서 지분비율로 75% 이상이 찬성이 나오면 박 회장에게 개별협상을 통보한 뒤, ‘적정가’를 산정해 7월 중 협상을 진행한다. 박 회장은 8월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만약 단독거래가 무산되면 채권단은 같은 조건에 제3자와 수의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CNB=도기천 기자) 

* [뉴스토리]는 뉴스(News)+스토리(Story)의 합성어입니다. 어려운 경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쉽게 풀어내는 CNB만의 독창적인 글쓰기 기법입니다. 주1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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