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05.12 18:16:08
이런 가운데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공갈발언’으로 파문의 방아쇠를 당긴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이 제출되면서, 계파간 갈등을 재점화 시킬 ‘시한폭탄’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당내 내홍이 계속되자 4선 이상 중진의원 9명은 12일 오전 긴급 조찬모임을 갖고 돌아가면서 이번 상황에 대책을 논의했고, 아울러 지난 총선에 이어 ‘막말 파문’이 다시 불거지며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 등을 공유하는 등 수습책을 의논했다.
2시간 가량 토론을 이어간 중진들은 정 최고위원의 사과와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를 통해 품격있는 최고위를 만들도록 촉구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이 같은 뜻을 문 대표에게 전달했다.
특히 중진들은 최근 문 대표를 둘러싼 ‘비선논란’과 관련해 “국민과 당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당 지도부는 의사결정을 공식기구를 통해 공개적으로 하라”고 목ㄱ소리를 높여 사실상 문 대표를 향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되고 했다.
다만 비주류 수장 중 한 명인 김한길 전 대표는 불참하고, 범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되면서 최고위에 쓴 소리를 하면서도 ‘질서있는 수습’에 방점이 찍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참석해 “공정성이 위협받는 다는 느낌이 퍼져있다”고 우려를 전했으며, 일부 참석자는 지도부 총사퇴와 함깨 문 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으나 다른 중진들이 “전당대회를 또 열자는 얘기냐”는 반박이 나오면서 일단 지도부 총사퇴는 요구하지 않기로 입장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문 대표 역시 점점 코너에 몰리면서, 지도부는 사실상 와해 직전까지 몰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며, 여수에서 ‘칩거’한 주 최고위원은 이날 본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최고위원직 복귀는 여전히 고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사 일각에서는 최고위원회가 당분간 파행할 수밖에 없는 만큼 내홍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으며, 문 대표는 이날 재보선 후 처음으로 경제특강을 열고 ‘유능한 경제정당’ 행보를 재개하면서 전열 정비를 시도했지만, 평소 1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하던 것에 비해 이날은 4명만 참석해 리더십에 역시 힘이 빠진 모습이 역력했다.
문 대표는 특강을 마친 후 기자들이 “김한길 전 대표가 ‘야당 대표’냐 ‘친노 좌장’이냐를 선택하라고 했다”고 질문하자 “누가 우리 당의 대표가 되든 (유능한 경제정당)은 가야할 방향”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8일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 직후 최고위원직 사퇴선언을 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물러난 바 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이날 주 최고위원의 당무 복귀를 촉구하면서 ‘최고위원의 의무’를 강조한 대목과 관련해 “문 대표가 선출직 지도부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지도부의 사퇴불가를 강조하는 건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선거 패배 후 사퇴했던 모든 지도부의 결단을 무색하게 만든다”고 비판하면서 “선거참패 이후 사퇴만이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겠지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선출직의 의무만 강조하는 건 보기에 참 민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문 대표에 대해 “‘공갈발언’ 에 대한 사과만 있으면 상황이 수습될 것처럼 말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라고 지적한 한 뒤 지난 7일 문 대표와의 만찬 회동을 거론, “문 대표가 ‘앞으로 이렇게 변하겠다’면서 제게 ‘이러이러한 부분을 도와 달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 말씀은 없이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의견을 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주자는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있다고 해도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저는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문 대표의 결심이 서고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면 그때 연락을 달라고 말하고 헤어졌다”고 당시 대화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지금 상황에 대한 생각이랄지 앞으로의 대처 방법에 대해 저 나름대로 갖고 있는 조언을 했다. 시간이 워낙 짧아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며 구체적 조언의 내용에 대해서는 “사적인 대화이기 때문에…”라며 밀을 아꼈지만 “문 대표도 구체적 대책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안 전 대표는 문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이제 문 대표와 지도부가 결정할 몫이며 “구체적 실행계획과 하나씩 결과물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을 통해 돌파 해야한다”며 ‘구체적 계획’을 내놓을 시기에 대해 “지금 빨리 해야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기다. 원래 (선거) 끝나면 바로 하는 게 바람직한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추진하는 ‘원탁회의’와 관련해서는 “문 대표와 만났을 때에도 원탁회의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며 “당의 공식 의사결정기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는 참여하고 누구는 안하느냐, 또 누구는 참석하고 안했느냐 등의 문제로 오히려 분열로 비쳐질 수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