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융·복합시대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여러 가지 분야를 접목, 새로운 수익창출을 자의든 타의든(?) 꾀해야 하는 시점이다.
폐쇄적인 대한민국 금융 산업에 혁명적인 광풍을 불어넣고 있는 핀테크(금융+IT기술) 역시 이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핀테크가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해 보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면, 최근 등장한 ‘아파트 LED금융모델’은 조명산업과 금융과의 만남이라 할 수 있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고효율 조명인 LED등 교체공사를 카드로 결제한 다음, 추후에 전기가 절약되는 금액으로 기납부된 LED 설치대금을 2~3년에 걸쳐 카드사에 분할납부하는 방식이다.
즉, 수천만원에 달하는 설치비를 카드사가 먼저 내주고, 전기절감분으로 회수기간(2~3년) 동안만 갚으면 되기 때문에 무상으로 시공하는 셈이다. 카드사와 컨소시엄으로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아파트관리업체는 AS 등 사후관리를 책임진다.
거의 공짜로 어두웠던 주차장이 밝아지고 동시에 에너지도 절약하게 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 올해 6월까지 전국 약 70여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LED금융모델이 도입된다.
지난달 말 산자부로부터 ‘LED금융모델 우수시범단지’로 선정된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서초더샵’ 아파트를 찾아가 봤다. 지하 4개층 주차장에는 기존 형광등을 대체한 LED등이 24시간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예전보다 CCTV도 훨씬 잘 보인다고 이 아파트 관계자는 전했다.
산자부 등에 따르면 이 곳 뿐만 아니라 LED가 시공된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주민들 입장에서 ‘LED금융모델’의 장점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존 형광등에 비해 약 2배가량 환해져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고, 둘째 내 호주머니에서 추가적인 돈이 지출되지 않고 나중에는 오히려 공용전기료를 덜 내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카드사는 어떻게 돈을 벌게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하더라고 실행을 위해서 금융사 참여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산자부는 여러 금융사에게 함께 해보자고 의향을 타진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삼성카드사만 뛰어 들었다.
삼성카드는 아파트단지로부터 대출이자 연 2.75%를 받는 것이 전부다. 이는 타 카드사들의 참여가 없었던 이유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른바 노력(?)에 비해 수익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금융모델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우선 고객에게는 확실히 어필되고 있어 차치하고, 사업자 입장에서 ‘LED금융모델’의 확장판은 개인 세대의 전기료를 낮춰주는 이른바 ‘아파트에너지절감카드’라고 할 수 있다.
LED교체로 공용전기요금을 낮춘데 이어 각 세대별로도 설치해주고 자동납부 등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개인전기료를 최대 10% 떨어트려주는 것.
한때 카드업계에서 고객확보를 위해 앞 다퉈 아파트관리비 할인 제공 서비스를 선보였었다. 그러나 카드 결제를 대리하는 업체와 카드사간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한 대립으로 현재 하나 둘 사라지고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혜택을 갑작스레 없앤 카드사들에게 많은 비난도 쏟아졌었다.
LED금융모델은 카드사와 아파트관리업체가 한 팀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수수료 갈등 부문이 해소되고, 시너지를 발휘함에 따라 지속 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다가가 갔다간 외려 역풍을 맞을 수 도 있다. 관리비 카드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LED금융이 카드사들의 新수익모델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잃어버린 신뢰를 차근차근 다시 쌓아야 하겠다. 산자부가 삼성카드 외에도 지금까지의 사업실적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타 금융사의 참여를 유도하려던 참에, 공용주차장에만 머물 것인지 지속가능한 모델이 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