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비노진영에서는 책임론 주장이 여전히 계속되는 등 한동안 잠복했던 계파갈등까지 격해지고 있어, 이번 파동으로 문재인 지도부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 최고위원이 정 최고위원과 정면충돌 후 사퇴 의사를 밝히며 지역구인 전남 여수에서 ‘칩거’하는 가운데, 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일요일인 10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여의도 한 호텔에서 심야최고위까지 열면서 사태 수습에 진땀을 쏟았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최고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 대표로서는 주 최고위원의 복귀가 ‘발등의 불’인 셈이지만 정 최고위원이 사과를 거부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양승조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기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최고위원 전원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며 “특히 문 대표가 심기일전 해 해결에 앞장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자리에는 주 최고위원은 물론 정 최고위원이나 최고위 회의에서 노래를 불러 물의를 일으킨 유승희 최고위원 등이 불참해 맥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으며, 특히 주 최고위원은 ‘복귀불가’ 입장을 굳게 고수하고 있어, 문 대표가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주 최고위원의 사퇴 파동으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호남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어 일각에서는 기념식에 문 대표가 내려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어 문 대표에게는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소속 전남도의회 의원들은 내일 오전 긴급 의총을 열어, 정 최고위원 등을 규탄할 것으로 알려져 당내에서는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정 최고위원의 사과가 필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심야 최고위가 끝난 이후에도 정 최고위원을 상대로 사과를 설득하는 등 수습책 마련에 힘을 쏟았으나 정작 정 최고위원은 현재까지는 사과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도 SNS에서는 정 최고위원과 비노그룹인 박주선 의원 등을 중심으로 난타전이 계속되는 등 '친문'과 '반문' 갈등이 오히려 더 증폭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정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박주선 의원을 겨냥해 “종편에서 ‘시정잡배’ 운운하며 저를 공격하시던데 해명해 달라.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려 해놓고 정권교체와 호남민심을 얘기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우리당 대선주자 문재인을 지키려는 정청래, 문재인을 흔들어 대선주자를 망가뜨리려는 박주선, 과연 누가 옳은가”라며 “박 의원은 총선 경선 과정서 본인 지역구에서 사람까지 죽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그리고 정 최고위원은 “저를 부당하게 공격하는 자는 맞받아치겠다. 허위사실로 모욕하고 인신공격하는 자는 용납하지 않겠다”고도 덧붙였으나 박 의원은 대선 당시 문 후보 지지선언 내용이 담긴 기사를 트위터에 올리며 “사실관계부터 확인하라”고 반박했다.
이에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트위터에서 “당원들이 발로 뛰어 되로 벌어놓은 표를 최고위원들이 앉은 자리에서 말로 까먹는다. 의원 20년에 이런 지도부는 정말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할 ‘키’를 쥐고 있는 비노진영 수장인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는 등 정작 중재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답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와 김 전 대표는 최근 각각 문 대표와 회동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이 당분간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파동이 조기에 수습되지 못한다면 당내에서 사퇴압박이 한층 거세지며, 문 대표는 더욱 코너에 몰릴 전망이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도 책임론이 언제든지 불거질 태세인 가운데 실제로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최근 정대철 상임고문을 포함해 당의 원로들을 차례로 만나 문 대표의 책임론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비노계 한 인사는 “동교동계를 비롯한 비노계는 단순히 문 대표 뿐 아니라 지금 지도부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