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완화시키기 위한 규제인 수도권 정책을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서로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은 기업투자확대를 위한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수도권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수도권 정책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지향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수도권-비수도권은 동일한 목표에 대한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으며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현 정부의 국정 방향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맞춰져 있다. 경제발전에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단두대(기요틴)에 올려 단번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종합적 국토정책 차원에서 합리적 방안으로 연말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투자활성화가 명목상 이유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비수도권은 수도권 집중은 효율성의 이득을 훨씬 초과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역에 전가하면서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작은 국토지만 골고루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각 지역별 특색을 살려 발전시켜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배경을 비롯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장 등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1. 확대되는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2. 수도권 정책의 탄생
3. 수도권 정책을 둘러싼 갈등
4. 수도권 규제완화 끝없는 질주Ⅰ
5. 수도권 규제완화 끝없는 질주Ⅱ

◆ 정부, 수도권 규제완화 연내 마무리 약속

수도권 규제완화는 역대 정부의 오랜 국가적 이슈다. 최근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치열한 국제경쟁 상황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수도권 규제완화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경쟁력 제고와 투자유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수도권 규제완화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신년 초부터 수도권 규제완화의 포문을 열어젖혔다. 2015 신년구상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종합적 국토정책 차원에서 합리적 방안으로 연말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수도권 규제로 인한 국내기업 해외·지방이전 등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산업부는 기업투자 지연사례 조사를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이 참여하는 수도권 규제완화 TF를 구성·운영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열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8단체로부터 153개의 과제를 접수했다. 정부검토 결과 수용 114건, 수용곤란 16건, 추가논의 필요 23건으로 결정됐다.

이중 수도권 규제관련 과제 건의 경우 종합적인 국토정책 차원에서 선행적으로 추가 논의 필요 항목으로 분류됐다.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추가논의 규제 항목은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과 항만 및 공항 배후지 개발 제한 완화, 자연보전권역내 공장 신증설 등을 위한 입지규제 완화, 경제자육구역 내 국내기업도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로 모두 4건이다.

이들 4건의 핵심과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들 과제가 완화될 경우 도내 잠재 생산 손실액은 연간 3163~5272억원에 이르고 고용 감소 효과도 연간 2089∼3479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비수도권과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차원의 공동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 수도권 규제완화 추가논의 4개 과제

먼저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은 지방투자 촉진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기준 보조금 지원대상에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허용해 달라는 것으로 지방투자와 신규고용의 감소, 수도권으로 기업과 투자집중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만 및 공항(인천) 배후지 개발 제한 완화는 항만배후단지와 공항구역, 자유무역지역은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인천공항 물류단지 56만1000㎡의 용도변경을 위해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기업유치와 일자리창출 등 올해 경제성장을 위한 도정 목표 성과를 달성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자연보전구역 내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규제 완화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 내 총량범위 내에서 공업지역 면적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개별입지에서의 대기업 공장 신설을 위한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도내 산업단지 조성과 분양에 차질이 발생하고 수도권 기업의 도내 이전을 제한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는 국내 대기업 공장 신설을 위해 국내기업의 공장총량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이는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의 외자 및 투자유치 등 개발사업자 확보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 국토교통부, 그린벨트 해제 권한 시·도지사에게 위임

정부는 지난 6일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린벨트 내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지역특산물의 가공·판매·체험 등을 위한 시설을 허용하고 취락지구 내 음식점은 건축 규제를 풀어 건폐율 40%, 용적률 100%까지 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5년 이상 거주기간에 따라 차등적용했던 주택·근린생활시설, 부설주차장 등의 설치 기준을 완화하고 그린벨트 지정 전부터 있던 공장에 한해 기존부지 내에서 건폐율 20%까지 증축을 허가할 방침이다.

불법축사 등의 건축물이 난립한 곳도 주민이 직접 정비하고 30% 이상을 공원녹지로 조성하는 경우 물류창고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여형 훼손지 정비제도’를 도입해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도시 내 노후화된 터미널부지, 공구상가 등에 민간자본으로 복합단지나 빌딩을 지어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가 30만㎡ 이하의 중·소 규모 개발사업을 할 경우 국토교통부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토부의 해제 절차 없이 지자체가 해제와 개발계획 수립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 관련 행정 절차는 기존 2년에서 1년 단축된다. 하지만 이에 따른 실익은 수도권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들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의 전체 그린벨트 233.5㎢ 가운데 42%에 달하는 97.9㎢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사실상 수도권 규제완화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시·도지사가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갖게 되면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에 기업과 공장의 집중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부 발표 중 30만㎡ 이하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것과 도시첨단물류단지 육성 방안이 눈여볼 만한 대목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월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사업자 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부지는 도심 내 공공부지, LH 보유 토지,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30만㎡는 산업단지를 개발하기엔 부족하고 아파트 단지를 개발할 수 있는 정도다. 이번 그린벨트 규제 개선은 기업형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한 사전단계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 도시내 물류터미널과 공구상가 등 입지규제개혁 차원에서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이 추진된다. ICT산업 등을 포함한 융복합형 타운으로 개발해 ICT산업의 연계를 촉진시키는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재정투입없이 민간의 개발이익을 활용한 계획으로,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물류시설과 연구시설, 유통시설 등이 들어선 업종 융복합화가 시도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물류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도시에 위치한 노후 일반물류터미널과 유통업무시설 등 도시규제를 대폭 완화해 활용할 계획으로 관련 지자체와 협의해 5곳을 우선 시범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업성공을 위해 시범 지구 5곳 중 2~3곳은 수도권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회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지적도 있다.  

◆ 기업들이 됐다고 할 때까지 규제완화

정부는 2013년 이후 5차에 걸쳐 창조경제 실현,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관련 제도에 대한 규제완화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1~4차 대책은 총 191개 과제 중 현장대기 프로젝트 19개, 제도개선 관련 172개가, 5차 대책은 투자활성화 규제완화･제도개선, 인센티브 강화, 지역거점개발 촉진 등 3대 분야 총 77개 과제가 각각 발표됐다.

이중 1차~4차 투자활성화 대책 191개 과제 중 45개 과제(23.6%)는 수도권 규제완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활성화와 계획관리지역 내 건폐율･용적률 완화 등 9개 과제는 수도권 집중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규제완화와 관련이 있고, 도시첨단산업단지 필지 면적규제 완화와 복합용도 건축물 활성화, 개발제한구역 해제절차 간소화, 개발제한구역 해제단위면적 제한기준 완화 등 36개 과제는 간접적으로 수도권 집중 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5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과제는 그린벨트 해제지역 규제 완화, 입지규제 최소지구 도입, 농지·산지 규제완화 등 제도개선 44개 과제에 이른다.

지난 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국무조정실은 국토, 건축, 산업, 농업, 환경 분야에서 중앙부처의 규제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존재하는 4222건을 일제 정비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규제는 쳐부숴야 할 원수'라며 '한꺼번에 단두대(기요틴)에 올려 처리하라'는 청와대의 규제개혁 주문에 경제활동 규제 9876건 중 정부 내 개선은 10% 가량 이뤄진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기업들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규제를 완화할 것을 정부 측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 구분 없이 규제를 푼다는 방침이지만 규제가 풀리면 투자여건이 좋은 수도권에만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정부 방침은 투자활성화 대책의 제도 개선, 동시다발적인 법 개정 등을 통해 수도권 규제 완화의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투자활성화 대책에 적용해 수도권 입지조장을 하는 면이 특징적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끝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강원발전연구원 류종현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의 간접적인 규제완화를 기업 투자활성화로 포장해 비수도권의 지역경제를 위축, 입지조건이 동일한 경우 수도권에 대형 기업과 양질의 고차산업만 입지해 지방의 공동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투자활성화 대책은 수도권 일자리 창출, 대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 확대, 고용효과의 수도권 집중 등으로 지방에 있던 기업까지도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역류효과 발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