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5.10 22:53:24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완화시키기 위한 규제인 수도권 정책을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서로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은 기업투자확대를 위한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수도권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수도권 정책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지향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수도권-비수도권은 동일한 목표에 대한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으며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현 정부의 국정 방향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맞춰져 있다. 경제발전에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단두대(기요틴)에 올려 단번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종합적 국토정책 차원에서 합리적 방안으로 연말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투자활성화가 명목상 이유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비수도권은 수도권 집중은 효율성의 이득을 훨씬 초과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역에 전가하면서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작은 국토지만 골고루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각 지역별 특색을 살려 발전시켜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배경을 비롯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장 등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1. 확대되는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2. 수도권 정책의 탄생
3. 수도권 정책을 둘러싼 갈등
4. 수도권 규제완화 끝없는 질주Ⅰ
5. 수도권 규제완화 끝없는 질주Ⅱ
2014년 지역발전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보조금 지원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 측면에서 보면 1억원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으로 기업은 1.1개가 이전하고 투자는 20.2억원, 신규고용은 6.5명이 창출됐다.
현 상태에서 수도권 규제완화가 진행될 경우 강원도 내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도내 경제는 수도권에 인접한 까닭에 자생적 기반을 갖추기도 전에 지역기업의 유출 또는 수도권 기업의 도내이전 중단이 예상된다.
이는 곧 투자고용소비감소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활력 상실이라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도로밀도가 전국 최하위인 1㎢ 당 0.60㎞로서 지역통합과 신성장동력 창출 등 첨단 전략산업 육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수도권 주장
글로벌 시대가 시작되면서 기업 투자를 지방으로 유인하기 위한 수도권 규제는 순기능을 상실한 반면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면서 부작용만 초래했다. 대기업의 투자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체 분석 결과 수도권 규제를 폐지할 경우 우리나라 GDP는 2~3% 가량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내 첨단산업의 대기업 공장 투자만 허용해도 수도권 전체 지역내총생산(GRDP)은 1.06%, 전국 GRDP까지 2.32%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 경우 추가로 생기는 투자가 약 67조원, 일자리도 94만개게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 개정될 경우 기업들은 수도권에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일자리가 생겨 취업률이 높아지면 가계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 선순환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입지환경규제를 개선하고 융복합 및 산업단지 활성화 등 제도개선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총사업비 기준 27조 5000억원, 토지매입비 등을 제외한 GDP 구성 기준 약 22조 6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용산 주한미군 이전부지 개발 등 3건의 현장대기 프로젝트로 약 1조 3000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가 유발되고 그린벨트 해제지역 다변화와 산지규제 완화 등 지역개발 규제로 14조원 이상의 지역투자 활성화를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의 경우 1950년대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도입했으나 대도시권의 성장을 억제한 결과 도쿄의 성장잠재역이 약화되자 1990년대 규제 정책을 폐지하고 수도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도 1980년대 도시규제정책에 따른 제조업 몰락과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책적 변화를 도모, 2010년 런던 동부를 IT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투자비용에 맞춰 면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파리를 글로벌 메가시티로 육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10년에 걸쳐 350억 유로(약 45조7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 비수도권 주장
수도권 규제를 통한 비수도권의 성장은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가계소득이 늘어 실질 구매력이 높아져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경우 지역의 부와 인재가 수도권으로 더욱 몰려 지역경제는 더 위축된다. 이는 재정자립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현재 중앙과 지방재정의 수직적 불균형은 지방재정위기의 구조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세의 국세와의 비중은 2:8에 불과해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재정적으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종속됐기 때문으로,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정부 스스로 재정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다. 2011년 현재 광역정부 재정자립도를 보면 전국 평균 50.5%를 나타낸 가운데 서울 90.3%, 경기 72.5%, 인천 69.3%인 반면 전남 20.7%, 전북 24.5%, 제주 25.1% 등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원은 27.5%다.
수도권 규제완화 시 비수도권 지역경제 투자 위축으로 공동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수도권의 간접적인 규제완화를 기업 투자활성화로 포장해 비수도권의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고 입지조건이 동일한 경우 수도권에 대형 기업과 양질의 고차산업만 입지해 지방의 공동화가 심화될 것이다.
나아가 일자리 창출, 대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 확대, 고용효과가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지방에 있던 기업까지도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역류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경제성장의 이익은 비수도권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낙수효과는 비수도권의 성장을 위한 체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익의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수도권의 발전에 기댄 채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침체는 수도권 규제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경제 체질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기업의 해외 진출 역시 수도권 규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렴한 인건비 등에 따른 결과다. 현재 수도권은 과밀화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고 비수도권은 계속되는 자본과 인구의 유출로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강원발전연구원 류종현 선임연구위원은 "그나마 수도권 규제로 수도권 심화가 지연됐고, 수도권의 기업입지와 대학신설이 어려워 지방이전이 추진될 수 있었다"면서 "이런 결과 지역고용창출효과와 함께 지방 대학지원으로 지역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산업체에서 더 많은 지방인재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강원도 대응
강원도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상응한 지역에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전제로 한 선 지역경제 활성화 후 수도권규제 개선을 목표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내 각종 토지에 대한 2~3중의 이용규제에 대해 전면 재조정 등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이전에 지방규제를 먼저 풀 것을 요구한다는 구상이다.
춘천~속초간 고속철도와 여주~원주간 철도건설 등 SOC사업의 조기 확충과 지방의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국고보조금 대상을 확대 및 인상해 지원하는 등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수립과 재정 지원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비수도권 시도 간 공동대응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정기회와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공동대응하는 한편 시도별 정당협의회 및 국회의원과 간담회를 열어 공조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법안을 적극 지원하고 규제완화 법률의 제개정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도 자체적인 대응책도 추진된다. 도·시군의회와 시장·군수협의회, 상공회의소 등 도내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릴레이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 범도민 서명운동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달 도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총괄분야와 공장기업분야, 대학분야, 관광시설투자분야 지역개발분야 연구분야 6개팀 24명으로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한편 전국 비수도권 14개 광역단체장과 지역 대표 국회의원 28명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1000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비수도권 시도 시민사회단체와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 릴레이 성명서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