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스트레스가 춘천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의 경우 택배기사와 입주민이 불시에 물품을 맡기거나 전달을 요구하고 보관상태 등으로 인한 입주민과 실랑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업무는 경비원의 고유 업무는 아니다.
춘천시민연대는 8일 오전 춘천시청 열린공간에서 춘천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춘천시민 과반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만족은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아파트 24개 단지 아파트 경비원 11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2014년 5월 현재 춘천시 아파트 현황을 보면 134개 단지 871개 동 5만9450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아파트경비원은 6000여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전체 가구수 11만3504세대 대비 52.4%에 해당한다.
아파트 경비원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택배업무로 인한 민원 발생(25.1%)이었다. 택배 업무는 본연의 업무가 아니지만 입주민과 택배기사가 불시에 방문해 택배를 맡기고 반출을 요구하는 한편 택배보관 상태 등을 두고 실랑이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어 휴게 공간 및 휴게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것(23.6%), 분리수거 및 주변 환경정리(21.0%), 고령자들의 주야 24시간 맞교대와 건강장해(16.9%)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업무 및 업무 외 어려움은 높은 이직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조사 대상자 중 44.4%가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규 입직자에 해당하는 전체 근무경력 1년 미만자를 제외할 경우 이직 경험자의 비율은 50.9%로 크게 높아졌다.
더욱 큰 문제는 아파트 경비원 대부분 고령자이고 본인 외 가구 소득원이 없는 생계유지형이라는 점이다.
아파트 경비원의 평균 연령은 63.4세로 전체 조사 대상자 중 60세 이하는 18.8%에 불과했다. 반면 61세 이상은 81.2%로 이중 66세 이상 고령자는 46.2%를 차지했다.
이들 중 64%가 본인 외 가구 소득원이 없는 생계유지형으로, 고령에도 불구하고 근무를 지속하는 이유는 가정의 생계유지를 위한 유일한 소득원이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춘천시민연대 유성철 사무국장은 "실태조사 결과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과도한 업무경감 방안, 입주민들과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차원의 대안 마련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입주민과 함께하는 가칭 행복아파트 캠페인을 통해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시민연대는 오는 6월 중순 춘천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를 발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공개토론회를 가진 데 이어 입주민과 함께 하는 (가칭)행복아파트 캠페인, 정책 제안 운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춘천시민연대 교육위원회는 '춘천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기'를 주제로 지역에서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할 문제에 대해 조사·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