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 인하폭보다 예금금리는 더 떨어뜨린 반면 대출금리는 그만큼 내리지 않는 등 예대마진(예금-대출 사이의 수익)을 예전처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이런 와중에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또 다시 인하할 경우 은행권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기준금리 1.75%…은행권 예·적금 금리 대폭 낮춰
평균 대출금리 연 3.61%…예대마진 유지 ‘안간힘’
한국은행 추가 금리 인하 시 주요 금융사 큰 타격
지난 3월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0.25%포인트 내렸고 지난달에는 이 금리를 그대로 동결시켰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기준금리 조정에 따라 대부분 주요 예금·적금 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폭인 0.25%포인트보다 더 큰 폭으로 낮추기도 했다.
먼저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경우 1년제 상품을 기준으로 영업점장 전결 최고금리가 지난 3월 9일에 1.96%에서 지난달 말 기준 1.62%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도 0.13%포인트 낮은 0.34%포인트가 인하됐다.
‘KB스마트폰예금’도 1년제 기준으로 3월 9일 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2.35%였으나 이 역시 지난달 말에는 0.25%포인트 낮아진 2.10%였다.
하나은행의 ‘하나MMDA형 정기예금’의 1년제 금리는 3월 12일 2.1%에서 지난달 말 기준 1.7%, 1년제 만기일시지급식 ‘하나e-플러스정기예금’의 금리도 같은 기간 2.2%에서 1.8%로 하락했다. 외환은행의 ‘e-파트너 정기예금’의 1년제 금리는 3월 12일 2.1%에서 지난달 말 1.75%, ‘ 행복한가족적금’의 1년제 금리도 2.5%에서 2.20%로 각각 떨어졌다.
신한은행은 최근 주요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낮췄다. 가입기간 12개월을 기준으로 적립식예금 및 정기예금 상품은 이율이 0.15%∼0.25%포인트씩 낮아졌다. 일반 정기예금은 1.70%에서 1.45%, Tops 보증 정기예금은 1.70%에서 1.45% 등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3월 23일자로 가입기간 1년의 상품들이 0.25%∼0.35%포인트씩 이율이 낮아졌으나, ‘우리함께행복나눔적금’은 2.60%에서 2.20%로 내려가는 등 고금리 상품에서 큰 인하폭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 평균 대출금리는 연 3.61%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기로에선 은행들 선택은?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가 또 다시 하락할 경우 예대마진이 감소해 은행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내리면 하나·신한 우리·KB 등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이익이 최소 2760억원에서 최대 6848억원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폭과 예금·대출금리 하락폭이 달랐던 2012년 6월∼2013년 6월, 2014년 7월∼12월의 시나리오 및 기준금리 인하폭이 예대금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시나리오를 적용해 산출한 것.
기준금리가 0.25%포인트가 떨어지면 4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3.5∼8.6bp(1bp=0.01%포인트) 내려가며, 이 같은 금리 하락시기에는 일반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줄어들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은행의 이익부문에서 이자이익은 2014년 기준 90.6%를 차지하기 때문에 순이자마진이 축소되면 은행 수익성 악화로 귀결된다. 연구소 측은 이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만을 적용한 것으로 시장여건·경쟁환경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하면 은행권에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순이자마진 하락을 보전키 위해 은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중소기업대출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금리하락기에 중기대출 확대는 시차를 두고 은행의 건전성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사전적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경기부진으로 중소기업 업황이 악화되고 있어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확대 요인이 잠재돼 있는 상황이라는 것.
연구소는 은행들은 대출자산의 만기를 장기화해 금리변동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 및 주거래 고객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교차판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