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식기자 |
2015.05.04 16:41:44
▲코오롱과 듀퐁의 CI(사진: 연합뉴스)
지난 1일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는 첨단 섬유소재 ‘아라미드(Aramid)’를 둘러싸고 지난 6년간 미국 듀폰과 벌여온 민·형사소송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사 소송과 관련해서는 코오롱이 듀폰에 2억7500만 달러(약 2860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형사 소송과 관련해서는 미국 검찰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모의 혐의 한 가지에 대해 벌금 8500만 달러(약 910억원)를 내고 절도 및 사법방해 혐의 등은 검찰이 취하하는 ‘유죄인정합의(Plea Agreement)’를 통해 형사 소송을 종결하기로 했다.
코오롱은 합의금과 벌금을 향후 5년간에 걸쳐 분납하게 된다.
이번 합의를 통해 듀폰이 코오롱에 제기해온 모든 소송이 종결됨에 따라 코오롱은 자사의 아라미드 소재 제품 ‘헤라크론’의 개발과 관련해 2009년부터 6년 동안 듀폰과 진행해온 법적 다툼을 마무리 짓고 아라미드 섬유를 세계 시장에 생산·판매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코오롱이 영업비밀 침해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대신 형사소송을 해결함으로써 고부가 첨단 섬유소재를 자유롭게 생산·판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박동문 사장은 “헤라크론(아라미드 섬유 브랜드)과 관련한 민·형사 분쟁을 해결하게 돼 기쁘다”면서 “오늘 합의로 양측 간 소송이 원만하고 서로 만족스러운 끝맺음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오롱은 이제 자유롭게 아라미드 사업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듀폰 측도 합의 결과에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듀폰의 스테이시 폭스 법률고문(부사장)은 “소송 결과는 우리 기밀 기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케블라(아라미드 섬유 브랜드) 제품의 고객·사용권자 요구에 부응하고 혁신적 기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듀폰 코리아가 전했다.
6년 끌어온 듀폰·코오롱 소송, 결국 막내려
이 소송은 듀폰이 지난 2009년 방탄·방한복 등에 쓰이는 고강도 섬유 아라미드 제조기술을 코오롱 측이 빼돌림으로써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듀폰 측은 자사에서 해고당한 직원이 코오롱 측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자사 아라미드 섬유 케블라에 대한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연방법원 대배심이 2012년 코오롱이 듀폰의 아라미드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기소해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판결에서 코오롱 측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면서 듀폰에 9억1990만 달러를 배상하고 관련된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1심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코오롱 측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코오롱의 아라미드 ‘헤라크론’(사진: 코오롱)
최종적으로 코오롱측이 유죄를 인정하고 합의금과 벌금을 부담하는 방식의 합의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의를 통해 아라미드 사업이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부각될 수 있으며 소송 관련 배상금 규모와 지급 일정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연간 약 400억원 가량의 변호사 비용이 절감되고 연도별 확정 배상액을 기반으로 기존 사업에 대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사업 계획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53.4% 증가한 2589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7만5000원을 유지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장마감 기준으로 전날보다 2.47% 오른 6만6300원에 거래됐으며, 코오롱도 7.83% 오른 4만8200원에 거래됐다.
강철보다 강하고 타지 않는 미래 섬유 ‘아라미드’
‘아라미드 섬유’는 강철보다 강도가 5배 강하고 열에 강해 500도 고열에도 타지 않는다. 경찰과 군인의 방탄복 제조는 물론 방한·방열복과 항공우주 분야에 사용된다.
1973년 듀폰이 ‘케블라’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아라미드 섬유를 개발했으며, 이후 일본 화학업체 ‘데이진’이 시장을 양분해왔다.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브랜드로 아라미드 시장에 참여, 연간 5000톤의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시장 규모는 연간 2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코오롱은 아라미드를 향후 수년간 그룹의 성장을 이끌 ‘캐시카우’로 보고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섬유사업을 기반으로 산업경량화소재, 전자재료, 수처리 등 다양한 미래 성장동력 분야로의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