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둘러싼 주체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원칙적으로 정부가 잘못한 것은 맞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해법을 두고 입장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강원도교육청은 '무상보육의 법적 책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산을 교육경비로 부담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3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데 반해 강원도의회는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학부모들은 지원금 중단으로 인한 보육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이 어떻길래

교육기본법과 유아교육법은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유치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법 시행령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을 포함시키고 있어 유아교육법의 소관범위를 벗어났다. 이와 함께 영유아보육법은 무상보육 실시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시행령은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위법률과 상치되고 있다. 물론 시도교육청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으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교육학예에 관한 사항만을 교육감이 관장토록 하고 있어 이와도 배치된다.

이처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교육기관 지원 재원을 시행령에서 보육기관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명시한 것은 상위법과 충돌하는 만큼 누리과정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한 법령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

강원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지원과 관련해 "누리과정과 관련한 혼란은 예산의 문제라기 보다 무상보육의 법적 책임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에도 예산을 교육경비로 부담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3조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누리과정은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니는 만 3~5살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정부는 유보통합을 목표로 교육기관으로 분류돼 교육부가 관할하던 영아교육시설인 유치원과,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던 보육서비스인 어린이집을 통합해 일원화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교육·보육이 일정하게 제공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불씨가 촉발됐다.

현재 해당 보육기관에 아동 한 명당 매달 22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한다. 현 정부는 대선 당시 10대 복지공약의 하나로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완전책임'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 부처간 다툼은 시작됐다.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올해 누리과정 사업 국고지원예산 2조2000억원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내국세 수입 감소를 이유로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3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결손액 2조7000억원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 촘촘한 재원조달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복지 대선공약이 정부 부처간, 행정기관 간, 행정과 학부모 간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 현재 상황

강원도교육청이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에 지원해야 할 예산은 모두 666억원이다. 이중 정부의 국고지원금 예상금액 176억원을 1~3월분 예산으로 본 예산에 편성했으나, 소진됐다. 이에 따라 당장 4월분 운영비 13억원과 보육료 40억원 총 53억원이 부족하게 됐고, 도내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학부모 등의 반발이 일었다. 보조교사 인건비, 교재비, 간식비 등에 쓰이는 운영비는 도가 도교육청으로부터 받아 18개 시군으로 내려보내면 시군은 어린이집에 지급한다. 원아 1인당 보육료 22만원은 학부모에게 전달된다.

도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보육료 부족액 490억원을 국비로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교부키로 했으나 제1회 추경예산에 반영하지 않아 강원도교육청 지원예상액 228억원 예산 확보에 차질이 발생했다. 도교육청은 교육부 지원계획에 따른 교부금 지방채 367억원 발행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누리과정 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법령정비 및 국비지원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현재 도내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 대상 유치원은 385곳으로 1만 7401명이 재원 중이고, 어린이집은 1254곳에 1만 9133명이 보육서비스를 받고 있다.   

◇ 해법은

현재 파행을 겪고 있는 어린이집 누리 예산 지원은 정부가 목적예비비를 지원하고, 국회가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지난해 12월 2일 누리과정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포함한 올해 정부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계류되고 누리과정 목적예비비 5064억원의 집행이 보류됐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3월 10일 주례회동을 갖고 4월 임시국회에서 지방재정법 개정과 국고지원예산 5064억원의 집행을 동시에 처리키로 합의, 지난 4월 28일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안행위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각 지방교육청이 만 3∼5세 대상 무상보육을 시행하기 위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지방채를 최대 1조원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 측 요구로 여야가 합의했던 1조2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이 줄었다. 오는 6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누리과정 예산 지원 문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누리과정 사업의 시급성을 고려해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토록 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지방채 발행은 2017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현 정부 임기까지다. 이번 개정안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어서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상향되지 않을 경우 지방채 발행에 따른 빚을 떠안게 된다. 현재 도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아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교부금 상향 등 추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도교육청이 2017년까지 2000억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게 돼 지역 교육기반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 입장은?

강원도교육청은 누리과정과 관련한 혼란은 예산의 문제라기 보다 무상보육의 법적 책임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에도 예산을 교육경비로 부담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3조 때문이라는 데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또 지방재정법 개정안 통과시 누리과정 운영을 위한 지방채 발행이 법적으로 가능해지겠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관련법령과 충돌이 해소되지 않았고 지방채 발행이 초중등교육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근본직인 대책과 실질적인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강원도어린이집연합회는 도교육청이 6일 최종 입장을 발표하기로 한 만큼 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아울러 7일 개원하는 도의회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추가경정예산안 수정안을 제출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만약 수정안이 제출되지 않으면 국민감사 청구와 집단 휴원사태 등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앞서 도 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도교육청 앞에서 1500여명의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교육청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강원도의회는 도교육청의 대승적인 차원의 예산 확보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코 앞에 닥친 현실부터 해결하자'는 취지다. 오는 7일 도의회 임시회에서 다루게 될 2015년도 제1회 추경예산에 누리과정 부족 예산을 편성토록 특단의 노력을 경주할 것과 도내 어린이집 아동들에 대한 보육비 미지원에 따른 교육수혜의 차별 및 피해가 없도록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만약 이번 회기 때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추경 수정안이 제출되지 않을 경우 도교육청 추경 예산안 모두를 심의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도교육청 관계자를 도교육청으로 불러 제225회 임시회 개원 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추경 수정안에 편성토록 촉구했다.

하지만 도어린이집연합회가 사흘간 도교육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는 동안 도의회 교육위원회 차원의 공식적인 현장 방문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진정성에 흠집을 남겼다. 다만 집회 마지막 날인 30일 최성현(춘천. 기획행정위원회) 도의원과 김연동(삼척. 교육위원회) 도의원이 현장을 찾아 체면치레를 했다.  

도는 이와 관련 미래 꿈나무인 2만1000명의 아이들과 학부모와 어린이집 교사분들이 감내해야할 고통 또한 직시해야 한다며 도교육청의 대승적이고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방교육재정에 따른 교육 부실화를 우려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개정 요구하는 도교육청의 입장과 달리 도가 추경 예산안 편성 등을 포함한 입장을 공식 발표해 도교육청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