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이 어린이집에 주는 예산인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도어린이집연합회는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도의회는 보육대란 가능성을 이유로 누리과정에 대한 추경예산을 편성하라며 도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자 강원도까지 나서 도교육청이 요구할 경우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를 추가경정예산에 즉각 편성하겠다고 회유하며 전방위 압박에 가세했다.

현재 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위한 지방채 발행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 논란의 중단을 위해서는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운영비를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해 30일까지 도의회에 제출해야만 한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만 두고 보면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의도적'으로 중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지원의 내막을 살펴보면 단초는 현 정부가 제공한 것이다.

현 정부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사업을 복지공약 중 하나로 '약속'했다.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심각한 재원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궁여지책으로 지방채 발행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해 전국 시도교육청이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빚 내서 무상복지를 실현하는, 이상한 무상복지가 실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현 정부가 복지공약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보건복지부와 강원도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유치원 누리과정 사업(만 0~2세 무상교육)은 교육부 소관으로 도교육청이 지도·감독을 맡는다.

◇ 누리과정은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니는 3~5살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해당 보육기관에 아동 한 명당 매달 22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한다. 현 정부는 대선 당시 10대 복지공약의 하나로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완전책임'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 부처간 다툼은 시작됐다.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올해 누리과정 사업 국고지원예산 2조2000억원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내국세 수입 감소를 이유로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3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결손액 2조7000억원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

촘촘한 재원조달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복지 대선공약이 정부 부처간, 행정기관 간, 행정과 학부모 간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 왜 다투나

이명박 정부는 2012년 3월부터 소득 구분없이 아동 한 명당 매달 20만원씩 보육비를 지원했다. 앞서 소득 하위 70% 이하인 만 5살 아동에 대해서만 지원하던 것에서 대상을 대폭 늘린 것이다. 당시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경제 상황 호전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증가해 추가적인 부담없이 교육청에서 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감소했다. 시도교육감과 정부 간 다툼은 여기서 비롯됐다. 시도교육감들은 정부가 잘못된 예측으로 누리과정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정한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핵심은

누리과정 사업은 현 정부의 복지공약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급하게 실시했다. 이는 심각한 재원부족 사태를 불러왔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누리과정 국비지원 예산 2조2000억원을 삭감했다. 이에 따라 시도 교육감들은 정부의 잘못된 예측에 따른 결과라며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미치자 정부는 부족예산 1조7000억원 가운데 5064억원을 목적예비비로 지원키로 했다. 여야는 4월 국회에서 시도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한 달여가 늦어지면서 운영비 중단사태가 초래됐다.

◇ 현재 상태

강원도교육청이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에 지원해야 할 예산은 모두 666억원이다. 이중 1~3월분 176억원은 소진된 상태로 4월분 운영비 13억원과 보육료 40억원 총 53억원이 부족한 상태다. 보조교사 인건비, 교재비, 간식비 등에 쓰이는 운영비는 도가 도교육청으로부터 받아 18개 시군으로 내려보내면 시군은 어린이집에 지급한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이 돈을 마련하지 않자 강원도어린이집연합회가 들고 일어났다. 또 1인당 보육료 22만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추경에 앞서 정부가 목적예비비 52억원을 지원할 경우 이를 추경에 편성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지방채 발행 관련법 개정안도 3월 중 국회 통과를 예상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 모두 남의 일처럼 여긴 가운데 도교육청과 어린이집, 학부모 간 논란은 불씨를 키운 것이다.

◇ 해법은

현재 파행을 겪고 있는 어린이집 누리 예산 지원은 정부가 목적예비비를 지원하고 국회가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28일 각 지방교육청이 만 3∼5세 대상 무상보육을 시행하기 위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지방채를 최대 1조원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 측 요구로 여야가 합의했던 1조20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이 줄었다. 오는 5월 6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누리과정 예산 지원 문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누리과정 사업의 시급성을 고려해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토록 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지방채 발행은 2017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현 정부 임기까지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상향되지 않을 경우 지방채 발행에 따른 빚을 떠안게 된다. 현재 도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아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교부금 상향 등 추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도교육청이 2017년까지 2000억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게 돼 지역 교육기반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 현재 입장은

강원도어린이집연합회는 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의 추경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도교육감과 도지사는 책임을 미루지 말고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집단 휴업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도교육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국회의원협의회장인 염동열 국회의원은 오는 5월 6일 본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에 필요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기간 동안만 대책을 세워 강원도만 누리과정 예산편성이 안 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입장이다.

도의회는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학부모들은 지원금 중단으로 인한 보육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도내 어린이집 원아들만 보육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원도는 도교육청이 요구할 경우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를 추가경정예산에 즉각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요구할 경우 도는 이를 즉각 편성해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도교육청의 대승적이고 긍정적인 판단을 당부하고 있다. 또 교육재정 확충을 위해 도교육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부와 국회 차원의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교육 재정 자원 시스템 정착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고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중앙정부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도교육청의 추경예산 편성 등 땜질식 처방으로는 보육대란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리과정 대란의 본질은 현 정부 수장이 대선에서는 중앙정부에서 다 책임질 것처럼 말했다가 예산을 삭감하고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그 부담을 떠넘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재정파탄위기 극복과 교육재정확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현행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어디를 봐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지원토록 하는 조항이 없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시도교육청이 교육행정기관에 대해서만 재원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정부가 모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시행령을 들고 와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토록 으름장을 놓는 것은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 예산을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법치이며 상식으로, 누리과정 대란의 책임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개정되면 기획재정부의 목적예비비 228억원을 확보하게 돼 추경 수정안에 52억원을 편성해 4월 보육료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8개월분 483억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