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중년 여성이 콧물, 재채기, 눈물 그리고 얼굴 피부가 가렵고 부어 진료실을 방문했다.
이 여성은 거의 10년째 봄이 되면 영락없이 이런 증상이 나타나며 해가 지날수록 더 심해지고 최근 들어서는 숨이 찰 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 중에는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자녀도 있었다.
알레르기 상태를 확인해 보니 각종 나무 꽃가루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알레르기 비염에 부비동염, 그리고 천식까지 동반돼 있었다. 본인도 이렇게 알레르기 상태가 심한 줄 몰랐다고 하며 몹시 당황해 했다.
봄 기운이 가득해지는 이 시기에는 각종 식물들의 꽃이 피기 시작한다. 시각적으로는 겨울보다는 훨씬 아름다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꽃가루에 민감한 사람들에는 보통 고역이 아니다.
이런 꽃가루는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및 피부 질환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꽃이 피는 기간이 길어지고 각종 알레르기 유발 식물들의 국내 유입으로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화분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심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들은 건강식품으로 꽃가루를 섭취한 이후에 입안이 가려운 증상과 같은 소위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비롯해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같은 전신적인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꽃가루의 분포는 2월초부터 12월 중순에 걸쳐 꾸준하게 나타나는 데 부산 등 남부지역에서 먼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연중 2회 봄과 가을에 가장 많이 날리며 이 때 알레르기 증상을 많이 유발하게 된다.
시기에 따라서 날리는 꽃가루 종류가 다른데 요즘과 같은 봄철은 나무 꽃가루가 주가 되며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 등이 대표적인 원인 식물이 된다.
봄철에 반복되는 알레르기 증상을 가진다면 기본적인 알레르기 예방 수칙을 지키도록 하고, 가급적 빨리 알레르기 전문가를 찾아가서 원인 물질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봄철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칙을 알아보자.
1. 원인이 되는 꽃가루, 미세먼지 또는 황사가 많이 날리는 시기에는 가능한 한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며 창문과 문도 닫아둘 것.
2. 부득이한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알레르기 예방약을 미리 복용하는 것도 도움.
3. 운전 중에는 창문을 닫고 운전.
4. 꽃가루 철이 시작되기 전 의사의 진찰을 통해 알레르기 상태를 점검.
5. 외출 후 귀가 시에는 손을 씻고 실내로 들어오고 저녁에는 샤워를 하여 꽃가루로 침실이나 실내가 오염되지 않도록 할 것.
6. 가정 내에서 청소할 시 물걸레 등으로 닦아내어 꽃가루 등의 먼지가 공기 중에 최소로 비산되도록 할 것.
7. 꽃가루나 미세먼지 등의 알레르기 환경에 대한 정보는 부산광역시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https://www.allergyinfo.or.kr)나 기상청의 생활기상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이에 대해 적절한 치료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환자와 같이 여러 가지 알레르기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함께 관리를 해야 질환의 경과가 양호하며 환자의 만족감도 커지게 된다.
최근에는 질환이 있는 병소 부위에 직접 작용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물이 개발돼 있다. 예를 들어 비염에는 코에 뿌리는 분무제, 천식에는 흡입기가 출시돼 있으며, 그 사용방법만 잘 익히면 먹는 약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약물 치료에 대한 부담이나 부작용에 대한 걱정,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원한다면 면역 요법을 시행해 볼 수 있다.
이 치료 방법은 약 100년 가까이 임상 경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으며,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동물털, 벌독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비염, 천식, 결막염 그리고 아나필락시스 환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이 치료를 받은 후 만족하는 환자들이 많고 그 삶의 질도 향상됐다고 얘기한다. 자세한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경험과 지식이 있는 알레르기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 도움말 = 김희규 부산광역시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