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숙기자 | 2015.03.19 11:19:33
홍준표 경남지사의 보편적 무상급식 중단 선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더욱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있어 ‘무상시리즈’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홍 지사의 모습에서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모습이 보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 전 시장은 당시 100%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투표율 미달로 투표자체가 성립되지 않자 책임을 지고 같은 해 8월 시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후 영국 등지로 연수를 떠난 그는 최근 귀국해 “야당의 ‘표 복지’가 시작됐을 당시엔 최소 10년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성장 동력을 다 잃을까 걱정했다”며 “그런데 4년 만에 이처럼 바르게 복원되는 우리 사회와 국민의 뛰어난 복원력을 보고 경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 복지, 표 복지에 대해 우리 국민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야당이 절감했으면 한다”며 “야당은 표 복지와 정치 복지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대신, 정치의 목적이 바람직한 복지임을 깨달아야 한다. 복지 논쟁은 이미 정리됐다”고 말했다.
대선이 끝나고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과 관련해 재원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에 제동을 건 인사는 홍준표 경남지사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홍 지사와 문재인 대표는 18일 보편적 무상급식 중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주 앉았다. 하지만 서로 감정만 상한 채 헤어지면서 쉽사리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 대표는 이날 “모든 아이에게 급식을 주는 것은 의무교육의 하나로, 당연한 일이다. 의무급식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며 “교육청과 해법을 논의하지도 않고서 그 돈을 다른 용도로 쓸 예정이라는데 지금이라도 서로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정말 힘든 계층 아이들의 급식은 정부에서 해결하고 있으니 우리 예산은 서민 자녀 공부에 지원하겠다는 뜻”이라며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것이지 밥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지 않나. 도 집행부는 확정된 예산을 의회가 정해준 대로 집행하는 것이 도리”라고 맞섰다.
격론이 벌어지자 문 대표는 “천하의 홍 지사님이 왜 도의회 뒤에 숨으시냐. 예산핑계를 대지 마라. 해법 없이 예산 얘기만 한다면 저는 일어서서 가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홍 지사는 “이건 좌파·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대안의 문제다. 여기 오실 거면 대안을 갖고 왔어야 했다”며 핀잔을 주는 등 분위기는 험로 직전까지 갔다.
막판까지도 신경전은 계속 됐다. 문 대표는 “소득이 (없다).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홍 지사 또한 “저도 마찬가지”라고 되받으면서 이들의 만남은 ‘빈손 회동’이 됐다.
회동 이후 여야 대변인들은 설전을 이어갔다. 특히 문 대표가 “우리가 노력하면 급식 뿐 아니라 교복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논쟁거리가 됐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의 포퓰리즘 복지공세로 국민의 걱정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무상 시리즈’의 가짓수를 늘려 교복으로까지 넓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생색만 내고 부담은 국민의 세금으로 떠넘기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 무상교복은 말 그대로 공짜가 아니다. 모든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세금급식이고 세금교복”이라며 “‘무상’이란 표현이 ‘세금지원’이란 본질을 가리고 있다. 앞으로 국민 혈세로 지원되는 보편적 복지사업에는 여야 모두 무상이란 표현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무상교복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얘기”라며 “무상복지를 무조건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은 의무급식을 시행하는 것은 물론 교복도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한다”며 “여당은 무조건 정치공세를 쏟아내는 대신, 어떻게 복지 확대할 수 있을지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