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03.18 11:00:12
우선 집권 3년차, 산적한 국정과제를 앞둔 '현재권력'인 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를 중심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그리고 여야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미래권력' 가능성이 있는 두 대표는 존재감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에서 경쟁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대선 이후 2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만난 자리라는 의미도 있는 것은 물론, 더구나 문 대표는 과거 영수회담 때마다 야당대표가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온 적이 거의 없다는 전철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회담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두 대표로서는 이번 청와대 회동이 정치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로 평가되는 가운데 이날 회동은 구체적 합의보다는 각자 '할 말'만 하고 돌아선 수준으로 만남 이상의 의의를 찾기는 힘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등 청와대와 여의도 국회의 간극을 좁혔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놓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그동안 '불통'의 이미지가 강했던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탄력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1야당 대표와의 대좌에서 반대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소통의 지도자'라는 모습으로 전환시키는 큰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제2의 중동붐'을 '제2의한강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고 2년 넘게 매달리고 있는데 국민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냐"고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회차원에서의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입법 지원을 간곡히 부탁했다.
문 대표는 과거 영수회담 때마다 야당대표가 '얻는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데 따른 '성과물내기' 회담으로 부담이 컸을 수 있었으나 박 대통령에게 시종일관 쓴소리를 하면서 '독한 야당대표'의 모습을 보여 이번 회동은 제1야당 당수로서 리더십 평가를 이끌 수 있는 기회였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면서 그 방법론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을 제시하는 등 앞으로도 정부와 여당에 좀 더 각을 세운다는 입장이어서 박근혜 대 문재인 대결구도,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한 문 대표의 작심 비판이 이어지자 중재자 역할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냉각되지 않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청와대 여야 대표회동은 야당 대표가 더 많은 얘기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지만 상생정치, 경제위기극복, 공무원연금개혁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에 나섰다.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이 지난해 연말부터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한편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100분간 회동했고, 두 대표는 별도로 2시간 가까이 청와대에 머물며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 그리고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과 새정연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동석한 가운데 회동발표문을 조율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 3시5분 3자 회동을 시작해 회동결과 조율을 마친 뒤 여야 대표가 오후 6시40분 청와대 본관을 나선 시점까지 감안하면 무려 3시간 35분 동안 집권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가 청와대에 머문 것이다.
이를 놓고 전임 김기춘 비서실장 시절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시 배석했던 여야 대변인 등이 모여 회견 내용을 정리한 뒤 브리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선 여야와 청와대가 머리를 맞대고 장시간 청와대에서 회동 발표문을 조율한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새로운 풍속도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회동이 끝나고 여야 대표가 서로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의견을 개진하는 형식으로 (조율이) 이뤄졌다"며 "합의내용과 각자 의견 개진 부분에 대해 조금이라도 오해가 없도록 조율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대표 비서실장도 "여야 대표와 대변인,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이 모여서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