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17일 청와대 회동 분위기는 여전히 겨울이었다.
이날 회동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맞붙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2년3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만나는 자리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정치권에서는 모처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따뜻한 ‘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아직 차가운 ‘겨울’이었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문 대표에게 취임 축하 인사를 건네며 중동 순방 성과 설명과 함께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며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거센 비판을 가하면서 초반부터 신경전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이뤄진 회동은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마칠 때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님 취임 이후에 정식으로 뵙는 게 처음이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면서 “오늘 이렇게 여야 대표를 모셔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이 자리는 지난번에 있었던 중동 순방 결과를 설명 드리고, 국회에 여러가지 협조를 드리고 두 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한 뒤 “편안하게 순방 결과 설명을 들어주시고,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표는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당이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겠다”며 모두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식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경제정책을 대전환해서 이제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며 ‘총체적 위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전월세값 폭등을 거론하며 ‘공약 파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의 입법 지원을 요청한 데 대해서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하셨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고 날을 세웠다.
회담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감지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문 대표는 이전에 민정수석을 하면서 4년이나 청와대에 계셨는데 국정의 넓고 깊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다 못한 개혁이 있으면 같이 완성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좋은 만남을 통해 상생 정치를 이뤄내고 경제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딱딱한 분위기를 풀었다.
이날 회동은 지난 1일 박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출발하기 직전 3·1절 기념식에서 여야 대표와 잠시 만났을 때 김 대표의 제안에 따라 성사됐다.
회담은 1시간40∼50분 정도 진행됐으며 청와대에선 이병기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여야에선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 대변인이 각각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