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식기자 |
2015.03.13 15:34:19
▲13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의장(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 13일(금) 주총 일제히 개최
‘배당확대’·‘권익보호’ 요구하는 주주들 늘었다
특정날짜 주총 몰림 막는 ‘대만式’ 규제 필요하다
삼성전자, 제일모직, 호텔신라, 삼성SDS,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포스코 등 업종 대표기업 중심으로 68개사의 주주총회가 13일 오전 한꺼번에 열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권오현 부회장을 임기 3년의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고, 김한중 차병원그룹 미래전략위원장, 이병기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했다.
등기이사 보수한도액은 390억원으로 정해졌으며, 장기성과보수는 90억원으로 지난해 한도(180억원)의 절반으로 줄었다.
제일모직은 지난 연말 상장된 이후 연 첫 번째 주총에서 시설투자를 포함해 총 4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어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과 이대익 전 KCC 인재개발원장(부사장)을 각각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호텔신라 주총은 삼성그룹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발목에 깁스를 한 채 주총장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 사장이 2-3일 전 자택에서 왼쪽 발목을 접질려 깁스를 했다”며 “부상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열흘 정도 후에 깁스를 풀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호텔신라는 김원용 김&장 법률사무소 미래사회연구소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하고, 한인규 운영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제일기획은 올해 별도 배당을 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찬형 제일기획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사외이사로 각각 재선임됐다.
삼성SDS는 작년 11월 상장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주주총회에서 매출액 7조8977억원, 영업이익 5934억원 등 2014년도 재무제표를 승인하고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100% 증액된 500원으로 확정했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13일 “글로벌 사업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에 충실하겠다”며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왼쪽 다리에 깁스한 채 13일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장충동 삼성사옥에 들어가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자산운용회사 APG의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주총 말미에 특별발언을 요청해 외국계 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 위원회(가칭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밝혔던 사외이사 이우일 서울대 연구부총장 겸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의 재선임 안건이 회사측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제철은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으며, 송충식 현대제철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박의만 세무사와 이은택 중앙대 교수가 새로 선임됐고, 오정석 서울대 교수도 재선임됐다. 기존 사외이사였던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매출 26조4555억원, 영업이익 1조3573억원의 재무제표를 승인하고, 2011년 이후 4년 만에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한상범 사장 재선임, 황성식 사외이사(신임), 권동일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도 원안대로 처리됐다.
LG하우시스는 주총에서 지주회사인 ㈜LG의 하현회 대표이사 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김진곤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와 배종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했다.
지난해 매출 2조 8251억원, 영업이익 1466억원의 재무제표 내역을 승인받았으며, 보통주 주당 1800원, 우선주 1850원의 배당을 확정했다.
포스코는 예년과 동일한 주당 8000원의 배당을 포함한 재무제표를 승인하고,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 신재철 전 한국IBM 사장도 재선임됐다.
사내이사로는 새로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게 된 오인환 전무가 신규 선임됐고, 임기가 끝난 김진일 사장과 이영훈 부사장도 재선임됐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열린 제 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자산운용회사인 APG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가 외국계 투자자를 대표해 특별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한편, 국내 주총이 해외와 달리 지나치게 기업들 위주로 진행되어 개별 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장사들이 같은 날에 동시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도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올해도 13일 68개 회사가 주총을 연 것을 비롯해, 20일에는 112개 회사, 27일에는 68개 회사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모두 금요일이다.
상장사 중 금요일에 주총을 연 회사의 비율은 지난해 70%를 넘었으며,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주총이 개최되면 주주들의 참여가 어려워지는 것은 명약관화하고, 결과적으로 기업 경영 감시가 어려워져 경영진측의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의 경우 특정 날짜에 주총이 몰리지 않도록 쿼터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규제가 국내에도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서서히 개인주주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