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27일 청와대 인사 발표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여 속내를 궁금하게 하고 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병기 현 국정원장, 후임 국정원장에는 이병호 전 안기부 제2차장이 내정됐다고 밝혔다.
또 홍보수석에는 김성우 사회문화특보, 신설된 정무특보에 새누리당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의원, 홍보특보에 김경재 전 의원을 각각 내정됐다고 전했다.
이병기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한 목소리로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시절 이회창 총재 체제하에서 총재 비서실장(김무성 유승민)과 정무특보(이병기)를 각각 맡아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이 원장에 대해 “청와대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고, 국정원장을 맡아 역할을 잘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잘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원내대표는 “소통은 잘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국정원장으로 얼마 안 되신 분이 비서실장을 맡아서 조금 유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로 당 소속 의원인 주호영 윤상현 김재원 의원이 각각 내정된 데 대해서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당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잘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은희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정무 특보에 임명한 것은 국회와의 소통 강화에 힘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정무특보는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인데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것은 문제의식이 있다”면서 “특보단 두실 것 같으면 야당이나 당내 소외된 그룹하고 잘 대화가 될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그런데 청와대에 건의한 것이 반영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번 청와대의 인선과 관련한 당 지도부와 상의는 없었다고 한다. 이날 오후 1시께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들은 것이 전부라는 게 유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김무성 대표와도 상의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5일 제1차 당정청정책조정협의회 때도 인사와 관련한 아무 언급이 없었다는 얘기도 된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와 달리 겉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아 사전에 인사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 대표가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3일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각료의 3분의1이 새누리당 현역 지역구 의원들로 구성됐다”며 “대통령께서 당에서 6명이나 발탁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하지만 이제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 중에선 그만 데려가시기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비록 농담조였으나 우회적으로 지역구 의원 발탁에 불편함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추측되기도 했다.
이번 인사가 각료는 아니지만 정무특보 3인을 현직 의원들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잡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 아니라 비박계인 주호영 의원과 친박계인 윤상현 김재원 의원이 정무특보로 발탁된 것을 당 지도부가 몰랐다는 것은 내부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