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적 쇄신의 ‘화룡점정’은 누가 찍을까. 설 연휴 직후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떤 인물이 발탁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청와대 문건 사건과 연말정산 파동 등의 영향을 받아 20%대로 하락했다. 그러다 최근 36.4%(리얼미터)로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인적 쇄신을 통해 40%로 회복할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청와대 문건 사건이 터지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와 맞물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만큼 이번 비서실장 인선은 국면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연휴 동안 조용히 관저에서 정국 구상 중인 박 대통령의 고심도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정부와 새누리당, 청와대는 오는 25일 첫 정책조정협의회 개최를 추진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25일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이자 국회 대정부질문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에 따라 비서실장 인선은 그 이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만 10여명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국정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때문에 ‘관리형’으로 불리는 최측근들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아 애초 측근 인사가 언급됐다.
관리형 후보군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인사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권영세(56) 주중 대사다. 권 대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검사 경력을 가진 3선 의원 출신이다. 최근 귀국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통일부 장관에도 이름이 올랐다. 하지만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발탁되면서 이는 없던 일이 됐다.
권 대사에 대해서는 당장 야당이 부정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15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영세 주중대사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일 현실화된다면 국민은 또다시 귀 막힌 불통인사, 돌려막기 보은인사에 절망하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원로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이른바 ‘7인회’의 멤버다. 제주 출신인 현 수석부의장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 1기 회원이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7인회 멤버이고, 나이도 같은 76세다. 이 같은 점을 들어 쇄신 이미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이한구(70)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실장이 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은 공교롭게도 새정치연합 소속 김부겸 전 의원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곳이다. 자칫 재보선이 치러지면 새누리당의 심장부를 내 줄 수도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해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돼 이에 자극 받은 대구의 민심도 심상찮다.
이밖에 김병호(72)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허남식(66) 전 부산시장, 3선 의원 출신의 김학송(63) 도로공사 사장과 황교안(58) 법무부 장관도 관리형 후보군에 올라있다.
통합형 후보군에는 주로 호남 출신들이 거론된다.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부총리인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모두 친박으로 분류된 데다 각각 충남 경북 경기 출신이다.
17일 발표한 소폭 개각 명단에는 유기준 유일호 의원 등이 들어가 있어 지나친 ‘친정 체제’ 구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박근혜 정부 내각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제외하고 호남 출신이 없다는 점에서 비서실장은 비박 또는 호남 출신인 ‘통합형’ 인사를 인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선 순위로는 한광옥(73) 국민대통합위원장이 거론된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위원장은 4선 의원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70대고 풀어야 할 국민대통합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이 카드는 접힐 가능성이 높다.
김원길(72)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 출신이다. 경제학 박사로 야당 3선 의원을 지낸 경제전문가다. 박 대통령과는 함께 일한 경험이 없고 70대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급부상하고 있는 새 카드는 한덕수(66) 한국무역협회장이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한 회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김영삼 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 등을 지내며 정권마다 승승장구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2년 2월 한국무역협회장직을 맡은 후 박근혜 정부의 한중FTA 타결을 마무리 지으며 3년 임기를 채웠다. 최근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비서실장 기용설이 불거졌다. 하지만 본인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