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4개 부처 장관(급)에 대한 개각인사를 단행했다. 통일부 장관에는 홍용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은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각각 내정했다.
이번 인사는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통일준비와 경제활성화, 규제개혁 등 산적한 국정 과제의 속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소폭 개각이지만 인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친정 내각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현역 의원들을 두 명이나 배치한 것은 박 대통령이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당과의 소통 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유기준 의원은 친박 중진으로 ‘국가경쟁력 강화포럼’ 모임을 이끌어 왔으며, 이주영 의원이 해수부 장관을 그만 둔 이후 후임으로 거론돼 왔다. 유일호 의원은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현재 이완구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와 정부부처라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이날 인사 발표에 따라 의원 겸직 각료는 모두 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총리와 장관 등 각료는 총 18명이다. 이 중 3분의 1이 사실상 친박 의원들로 채워지게 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집권 1년차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2년차 세월호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국정과제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지지율까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3년차는 국민들에게 정국구상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고 5년차에는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비박계 인사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도 박 대통령이 친정체제를 구축하게 된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되면서 새누리당내 계파 갈등은 잠시 소강상태다. 하지만 증세 문제 등이 거론되면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친박 의원들을 내각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들이 당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정치인 출신 장관 후보자들에게는 인사청문회 검증의 잣대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진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만 이번 이완구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 때 예상치 못한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당초 협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야당 인사들이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 자칫 낙마할 뻔한 위기가 있었다는 점을 볼 때 두 의원도 복병을 만날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의원 겸직 관료가 11개월짜리 ‘시한부 장관’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의원 겸직 각료들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인 1월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인사 단행은 3년차 국정과제의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되지만 친정 체제 구축이 득(得)이 될지, 실(失)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날 개각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장관 내정자들을 ‘적임자’라고 호평했고, 새정치연합은 ‘쇄신 없는 인사’라고 혹평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장관 후보자들은 전문성과 명망을 두루 갖춘 인사들로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책에 잘 반영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전면적 인사쇄신을 하라는 국민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개각”이라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친박계 의원을 중용하고, 통일부 장관에 청와대 비서관을 승진시켜 인재 풀의 협소함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