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롯데그룹은 15일 올해 7조5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에 1만58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투자·고용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5조7000억원보다 32% 늘어난 역대 최대 수준의 투자계획으로, 지난 2010년의 7조원보다도 5000억원 정도 많다. 채용 계획 인원도 지난해 1만5650명을 150명 웃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동빈 회장의 공격적 경영 의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측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정책본부 주요 임원회의에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며 “트렌드 변화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올해 미래 성장사업 기반 확대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으로, 사업부문별 투자 규모는 ▲유통 3조4000억원 ▲중화학·건설 1조5000억원 ▲식품1조원 ▲관광·서비스 1조1000억원 ▲기타5000억원 등이다.
특히 롯데의 이번 투자 선언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달 신년사에서 “단순히 외형 성장이나 단기적 수익을 좇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내실 경영을 주문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시선이 쏠린다.
신 총괄회장의 신년사가 나온 직후만 해도 롯데가 긴축경영에 돌입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이런 차에 과감한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그만큼 이번 계획이 ‘실속 있는 알짜 플랜’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달 6일 이전까지의 최대 투자액이었던 지난해의 14조9000억원보다 35% 이상 늘어난 연평균 20조2000억원의 투자를 향후 4년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공장 신·증설 등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IT인프라 확충 등 시설투자에 49조1000억원, 연구개발(R&D)에 31조6000억원 등 총 80조7000억원을 향후 4년간 투자할 계획이다.
4년 중 첫해인 올해 가장 많은 투자액이 집중되며, 이중 76%가 국내에 집중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역발상 경영철학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주요 경영의 고비 때마다 업계의 허를 찌르는 수를 내놓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었다.
이외에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주요기업 투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15조6000억원 규모의 평택 반도체 신규라인 건설투자 계획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도 대규모 생산라인 증설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어,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유도를 위해 도입한 환류세(사내유보금 과세) 약발이 먹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