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를 비판한 정청래 최고위원이 구설에 올랐다.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행보와 관련, 일부 언론에 “당의 한 고문은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들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이유는 없다’고 했고, ‘일본이 과거사를 사과한다고 야스쿠니에 참배하고 천황 묘소에 절할 이유는 없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내 통합을 먼저 생각해야지, 첫날부터 대선주자 행보를 하면 안 된다”며 “저는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이뤄지기 전까지 (두 전직 대통령 묘역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에 새누리당은 11일 “증오의 수준이 도를 넘었다”며 반발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전직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고,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야스쿠니 신사에 빗댄 것은 역사 부정이고 자기 부정”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자유 민주주의 정신으로 건국하고 산업화를 이룩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이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산업화의 결실을 누가 이뤄낸 것인지 묻고 싶다”며 “정 최고위원은 제1야당의 지도부로서 진중하고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표의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가 국민통합과 외연확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새정치연합내에서도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방문이 우향우의 문제인가. 그러면 정 최고위원의 내부 방포와 비유는 좌향좌의 증좌인가”라며 “결국은 진심과 품성의 문제 아닐까. 성품의 영역을 이념과 노선의 문제로 비약하는 문화가 우리 당에 있어왔다”고 꼬집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특히 ‘일왕’을 ‘천황’이라고 표현해 빈축을 샀다. 지난 2008년 4월21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비를 만난 자리에서 ‘천황’으로 지칭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와 비교한 것도 문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9년 1월9일, 평민당 총재였을 당시 주한 일본 대사관저에 마련된 히로히토 일왕의 분향소를 조문한 바 있다.
히로히토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이다. 1932년 1월8일, 이봉창 의사가 도쿄에서 히로히토 일왕에게 수류탄을 투척했다가 체포돼 끝내 사형 당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11일 CNB와 대화에서 “김 전 대통령도 당시 당의 수장으로서 한일간 화합을 위한 조문외교를 한 것”이라며 “문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화합과 외연 확장을 위해 잘한 일이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