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최원석 기자) “국산마가 이렇게 강했나....” 한국 경마계가 연이어 스타 외산마들을 격파한 한국산 경주마 한 마리에 술렁이고 있다.
지난 8일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경마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외·국산마가 함께 달리는 산지 통합경주 첫 경주로 관심을 모았던 제6경주(2000M 핸디캡)에서 국산마 ‘경부대로(한국, 6세 수말, 오문식 조교사)’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내로라하는 외산마들이 출전한 그랑프리를 제패한 ‘경부대로’는 올해 첫 시행된 경마혁신 첫 무대에서도 외산 스타경주마들을 완벽하게 침몰시키며 국산 경주마의 자존심을 다시 한 번 세웠다. 경주기록은 2분 9.8초
경주 초반부터 빠른 순반력을 앞세워 ‘금포스카이’와 ‘초광’ 등이 레이스를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이들의 승부는 결승선 전방 150m 지점에서 막을 내렸다. 이들 선두에서 뒤따르던 ‘경부대로’가 막강한 근성으로 마침내 힘의 균형을 깨며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2위가 0.2초차로 통과하는 짜릿한 승부였다. 2위는 김동영 기수의 국산마 ‘금포스카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 받았던 ‘천지불패’는 최하위권에서 기회를 노리다가 막판 거리차를 좁히지 못하고 6위를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경주마 명가인 ‘대로 가문’ 소속의 ‘경부대로’는 2011년 7월 데뷔해 주로 굵직한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기록해 이름을 알려왔다. 2세 최강자를 가리는 2011년 경남신문배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2년 3관 대회 첫 관문인 KRA 컵 마일 경주를 우승하며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2012년 한국경마 최고 상금의 대통령배에 출전했으나 지구력 부족으로 3위, 2013년 대통령배에서는 과도한 훈련 때문에 오히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며 준우승을 차지 등 매번 정상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여기다 한국경마 최다인 17연승의 ‘미스터파크’와 대통령배 3연에 빛나는 ‘당대불패’ 등 동시대를 달렸던 특급 경주마들에 가려져 만년 2인자 설움을 겪어야 했다.
반전은 지난해 그랑프리였다. 한국경마의 내로라하는 외산마들이 버티고 있는 ‘그랑프리’에서 유일하게 국산마로 우승을 차지했다. 기세를 이어 올해 첫 시행된 산진통합 첫 번째 무대에서도 가장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지금까지의 서러움을 한 방에 날리고 국산마의 위상을 높였다. ‘경부대로’는 통산 29전 12승 2위 6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경주는 스타 국산마와 외산마가 차별 없이 치열한 경쟁을 유발해 더욱 박진감 있는 경기로 인기를 모았다. 여기에 레이팅 제도로 막판까지 치열함 더했다. ‘경부대로’는 지난해 압도적인 경기력에 힘입어 레이팅(경주마 능력을 지수) 132점을 받아 출전마중 최고 부담중량인 60㎏을 부여받았다.
외산마 최강자로 평가받은 호주산 ‘천지불패’는 57㎏, 6연승을 기록한 미국산 ‘스프링날리’는 52kg를 기록해 지금까지 저평가 받았던 국산마가 무거운 등짐을 짊어지고 우승을 차지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연출했다. 경주마 능력을 경주 편성 강도·도착 순위와 차이·성별과 연령·경주 기록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산출해 레이팅에 따라 경주마 등급을 조정하고, 능력이 비슷한 조건에서 레이싱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경기 직후 가진 ‘경부대로’의 오문식 조교사는“한국경마의 혁신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경기에 우승을 차지해서 너무 기쁘다. 특히, 경쟁자들이 대부분 뒷심이 좋아 막판 치열한 몸싸움 예상됐지만, 기수가 똑똑하게 잘 풀어냈다”며 “전통적으로 부경경마는 국산마가 강하다. 최근 2년간 부경의 국산마가 그랑프리를 우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소한 1~2군 경주에서는 국내산마가 외산마에 비해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편견은 이미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고 자랑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