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내용이 공개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갈등 구조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지난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의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유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한 게 당시 정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세종시는 2007년 대선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도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지원유세를 요청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충청도민들에게 수십군데 지원유세를 하면서 약속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시간’은 애초 다음달 2일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책의 전문이 담긴 PDF파일이 유출되면서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예정보다 앞당긴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김 전 수석은 이날 간담회에서 “언론 보도보다는 회고록을 정확히 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며 “청와대에서 회고록을 다시 한 번 정밀하게 보시면 상당 부분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정운찬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에 반대했다, 이런 표현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로 쌀 50만 톤을 요구한 내용 등을 폭로하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미국 대통령 등이 내놓은 회고록을 보면 민감한 내용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회고록은 완전히 노출하면 곤란한 부분 등이 많이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 당선 시절로 돌아가 보면 ‘북한 퍼주기’는 그만하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며 “조건을 걸고 경제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왜 당시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는지 이제는 국민들이 알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두우 전 수석은 이날 간담회에서 회고록 발간은 정책적인 부분을 언급했을 뿐, 정치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선거구역 개편과 개헌 등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루지 못했다”고 말해 정치권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조만간 직접적으로 밝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조건부 경제지원’을 언급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인사까지도 겨냥한 것이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갈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그건 전임 대통령으로서 맞지도 않고, 적절한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이 집필한 에피소드북인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가 이날 공개되고 추가 회고록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돼 한동안 파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