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130여명이 참석한 회합에서 이석기, 김홍열 피고인은 주요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선전전, 정보전 등 실행 행위를 목적으로 발언했다”며 “이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회합 참석자들에게 특정 정세를 전쟁 상황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 내란의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충분했다”며 “내란선동은 유죄”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해서는 형법상 내란음모죄의 성립에 필요한 ‘실행의 합의’가 없었다는 판단에 따라 “피고인들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이석기 피고인의 발언에 호응해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하기는 했으나 내란의 실행행위로 나아가겠다는 합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지하혁명조직 RO가 존재하고 회합 참석자들이 RO의 구성원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RO는 사건 제보자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범죄에 관해 단순히 의견을 교환한 경우까지 실행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음모죄가 성립한다고 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사상·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영철·민일영·고영한·김창석 대법관은 “피고인들이 구체적 공격 대상과 목표에 관해 합의하지 못했더라도 체제 전복을 위한 폭동으로 나아가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며 내란음모 무죄 판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과 함께 기소된 이상호, 홍순석, 한동근, 조양원, 김홍열, 김근래 피고인 등 옛 통진당 핵심 당원들에게도 원심처럼 징역 3∼5년과 자격정지 2∼5년을 선고했으며 이 전 의원은 선고가 끝난 뒤 방청석을 향해 “사법정의는 죽었다”고 외쳤으며, 울부짖는 지지자들을 향해 애써 미소를 짓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관해 “대법원이 사실상 최초로 형법상 내란선동죄와 내란음모죄의 성립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의원은 지하혁명조직 RO의 총책으로서 북한의 대남 혁명론에 동조하면서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행위를 모의한 혐의로 지난 2013년 9월 구속 기소됐으며 수원지법이 이 전 의원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한 데 이어 서울고법은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다.
한편 여야 정치권은 이날 대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징역 9년의 원심을 확정한 데 대해 “사법권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일제히 밝혔으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2심과 마찬가지로 무죄판결이 나자 새누리당은 “절반의 단죄”라고 평가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종북몰이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인 만큼 존중한다”면서 “비록 증거부족을 이유로 절반의 단죄에 그쳤지만 내란을 선동한 세력에 준엄한 법의 심판을 내린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 대변인은 “대한민국 헌법체계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사법제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어서 안도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국기를 뒤흔드는 세력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법의 정의는 앞으로도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새정치연합은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그 어떤 행위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대변인은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것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일어나는 무차별적 종북 공안 몰이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면서 “헌법재판소가 이런 대법원의 확정판결 후에 정당해산심판 결정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