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제정안, 이른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범위가 어디까지 수정될지 주목된다.
지난 12일 여야는 정무위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의결, 본회의 처리를 시도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숙려기간 조항을 들어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고, 법조계 출신 여야 의원을 중심으로 “법리상 무리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12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가 무산됐다.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당초 국회나 정부·공공기관 등의 임직원에서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 종사자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는 최대 2000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과잉입법과 위헌 소지, 실효성 논란 등을 불러왔다.
이에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김영란법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법사위와 정무위 간 적용대상을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등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적용대상에 대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대해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을 타깃으로 삼아야 실효성이 있다”며 “하위 공직자나 민간 부분, 또 언론인까지 적용하는 건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김영란법은 국회와 법원,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한 공직자와 공공기관, 공직 유관단체, 국공립 학교 등이 적용대상이었다. 하지만 정무위를 거치면서 언론사와 사립학교 및 사립유치원, 대학병원 종사자 등까지로 확대됐다.
이 위원장은 “언론인들까지 포함시켜 자칫 잠재적 범죄 대상자로 삼게 되면 언론출판의 자유 및 취재권 등이 상당히 위축될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로 제한하면 부정청탁 금지라는 입법 취지 자체가 무너지고 김영란법 제정 자체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반박했다.
법 적용 대상의 범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는 “원안 자체가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민간인까지 포함해 공직자 범주로 해서 포괄적인 적용대상을 갖고 있었다”면서 언론인 등을 포함시킨 데 대해서도 “입법정책적 판단일 뿐 위헌 소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이완구 원내대표가 적용대상 수정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할 계획이다.
이 원내대표는 19일 “김영란법이 운용되면 친척이 대접받는 일로 제재를 당해야 한다. 그러면 언론이 취재를 마음대로 못할 것”이라며 “기본적 취지는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하자는 것이지만 언론 자유가 침해될 때는 이게(언론자유) 더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영란법의 적용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의원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2월 국회에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법 제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아 이를 놓고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법 적용 대상과 관련, “언론에서는 대상자의 가족도 법이 적용된다며 곱하기 10을 해서 2천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하지만 처벌되는 것은 직접 대상자지 그 가족은 처벌되지 않는다”면서 실제 대상자는 185만 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정무위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공직자 본인의 경우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형사처벌 받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공직자의 민법상 가족이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공직자 본인이 동일한 처벌 대상이 된다.